유럽발 경기 침체 우려 등 대외 악재 막아내긴 역부족
코스피 1900선도 위태
금융시장에 한국은행 기준금리 인하의 약발이 전혀 먹히지 않고 있다. 기준금리 인하는 시중 유동성 공급 증가 기대감으로 이어지면서 통상 주가 상승, 원화 약세로 이어지기 마련. 하지만 금리 인하 당일인 15일에 이어 16일에도 주가는 내리막길을 걸었고, 원화는 강세를 보였다. 유럽 경기 침체 등 대외 악재가 가뜩이나 미미할 수 있다는 우려를 자아내고 있는 금리 인하 효과를 통째로 삼켜버렸다는 지적이다.
16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7.08포인트(-0.37%) 내린 1,918.83에 장을 마쳤다. 전날 0.17% 떨어진 데 이어 연 이틀 하락세다. 이날 지수는 장중 한때 8개월여만에 1,910선을 밑돌며 1,900선 붕괴 우려를 키우기도 했다. 서울외환시장에서 원ㆍ달러 환율도 전날 1.4원 내린 데 이어 이날도 1.6원 하락(원화 강세)하며 1,061.5원에 마감했다.
대외 요인이 결정적이었다. 유럽발 경기 침체 우려가 점점 확대되고 있는데 더해 그 동안 홀로 선전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아온 미국 경제 역시 브레이크가 걸린 듯한 지표들이 잇따라 발표되면서 이날 주가 하락과 원화가치 상승으로 이어졌다. 이날 새벽 발표된 미국은 9월 소매판매는 8개월 만에 마이너스로 돌아섰고, 생산자물가 역시 13개월 만에 뒷걸음질을 쳤다. 김학균 KDB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금리인하가 주가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맞지만 시장이 개방되면서부터는 국내 요인보다는 글로벌 통화정책에 따른 영향을 더 크게 받는다”며 “특히 지금처럼 증시가 불안정할 때는 금리인하에 따른 영향력은 더 약하다”고 말했다.
앞으로도 금융시장에 금리 인하 효과가 나타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해 보인다. 증권업계에선 대외악재의 파급력이 상당히 강하다는 이유로 지수가 1,900선 밑으로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임노중 아이엠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한국은 국내총생산(GDP) 내 수출비중이 50%가 넘을 정도로 대외의존도가 높다”며 “금리를 낮추더라도 글로벌 경기침체에 기업실적이 악화하고, 미국 양적완화 종료로 외국인 자금이 빠르게 빠져나가면 증시가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금리 인상이 혹시 빨라지기라도 하는 경우 금융시장 충격은 가늠하기 쉽지 않다. 임희정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원은 “미국이 금리를 올리면 달러가치는 더 오르는 데 비해 우리가 계속 초저금리로 원화가치를 낮게 가져가게 될 경우 투자매력이 떨어지면서 증시가 큰 충격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강지원기자 styl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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