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만명당 52.1명 기록… 日 제쳐
육류 섭취 많은 서구식 식습관 탓, 환자 유형도 재발 잦은 '악성' 많아
해마다 치솟는 우리나라 유방암 발병률이 일본을 제치고 동아시아 1위에 올랐다. 특히 육류 섭취의 증가에 따라 젊은층의 발병률이 높아지고 재발이 잦은 ‘악성’이 많아졌다.
한국유방암학회가 16일 발표한 ‘2014 유방암백서’에 따르면, 국내 유방암 발병률이 2008년 10만 명당38.9명에서 2012년 52.1명으로 증가, 일본(51.5명)을 제치고 동아시아 1위를 기록했다. 한국이 유방암 발생률에서 동아시아 최고에 오른 것은 국제 암등록 통계 집계 이후 처음이다.
2012년 기준 인구 10만 명당 유방암 발생률은 벨기에가 111.9명으로 가장 높고, 이어 영국(95명), 미국(92.9명), 독일(91.6명), 뉴질랜드(85명), 스웨덴(80.4명), 터키(39.1명) 순이었다.
1996년 3,801명이던 국내 유방암 환자는 2011년 1만6,967명으로 늘어나 15년 새 약 4.5배 증가했다. 연령대별 유방암 발생률에서 우리나라는 만 15~54세 그룹에서 일본보다 높았고, 15~44세에서는 미국마저 제쳤다.
육류 섭취가 많은 서구식 식습관이 유방암 발생률을 높이고 있는 것으로 의학계는 보고 있다. 국민건강통계에 따르면 육류 1일 섭취량은 1998년 53.7g에서 2012년 85.1g으로 15년 새 약 60% 늘었다.
식습관이 서구를 닮아감에 따라 유방암의 유형도 재발이 잦아 악성으로 분류되는 서구형의 발병률이 높아지고 있다. 지방 섭취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에스트로겐 수용체 양성(ER+, Estrogen Receptor Positive) 유방암의 발병이 꾸준히 증가, 2002년 전체의 58.2%에서 2012년 73%까지 높아졌다.
에스트로겐 수용체 양성 유방암의 암세포는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과 반응하면서 성장하는데, 발병 후 오랜 기간이 지나도 재발 위험이 있어 호르몬 치료가 필요하다. 포화지방 섭취가 암 발병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고됐다.
유방암 발생률이 가파르게 치솟음에 따라 세계보건기구(WHO)는 최근 우리나라를 유방암 발생이 잦은 미국, 서유럽, 뉴질랜드, 일본 등과 함께 ‘고소득국가’로 분류했다.
다행히 우리나라 유방암 사망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최저 수준으로, 일본(9.8명)ㆍ미국(14.9명)보다 크게 낮은 10만명당 6.1명이다.
송병주 유방암학회 이사장(서울성모병원 유방센터장)은 “국내 유방암의 발병 양상이 급격히 서구화함에 따라 식습관과 생활 습관을 개선하는 노력이 절실하다”고 했다.
송강섭기자 erics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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