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추상은 현실과 버성기기 일쑤다. 그러나 때로 언어가 배제된 관념적 몸짓이 오히려 실제보다 즐거움을 안겨준다. 동서양 어법의 젊은 춤꾼들이 각각 펼쳐 보이는 무대는 일견 추상적이지만 우리의 이야기를 깔고 있다.
젊은 전통 춤꾼들이 모인 ‘춤, 하나 댄스컴퍼니’가 22일 국립국악원 우면당에서 ‘한국 춤의 놋다리를 동상이몽으로 춤추다’를 펼친다. 국립국악원의 신진 예술가 지원 프로그램 ‘공감! 젊은 국악’의 수혜 작품이다. 이날 무대에서 이들은 전통 의상과 음악을 현대적으로 재창조해 선보인다. 춘앵무, 태평무, 장고춤 등 다섯 양식의 변형이 특히 이채롭다. 이 중에서도 남사당패 공연에서 연희됐던 한량무가 미얄할미 춤 양식과 더불어 새로운 즉흥무로 거듭나는 ‘한량무와 입춤_비연가(悲戀歌)’가 전통 연희의 거듭나는 모습을 유쾌하게 보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2012년 이래 양로원, 어린이집 등에서 공연하며 다진 경륜 덕에 이들의 공연은 현장성이 강하다.
한복을 드레스로 바꾸고 전통 치마, 티셔츠, 리본 차림을 한다. 곰방대를 비녀처럼 꽂는 등 소품의 변화 또한 기발하다. 발레와 현대무용, 재즈댄스가 어우러진 춤사위가 무대의 파격성을 능히 말해준다. 대표이자 안무자인 오정은씨는 “기존 춤사위에 발레의 아라베스크 동작 등을 가미했다”며 “머리위 동작을 적극 구사한 춤사위가 대표적”이라고 말했다.
때로는 아예 흐벅진 놀이판이다. 오 대표는 “북춤과 소고춤을 기조로 신무용과 창작무용을 빌어 무대를 놀이판으로 변형했다”고 말했다. 무용수들이 활발하게 동작할 수 있게 전통 소고의 손잡이도 없앴다. 오 대표는 “무용수 일곱 명이 소고를 탬버린처럼 다루며 즉흥의 맛을 보일 것”이라며 “발레의 회전을 능가하는 동작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무대는 1월 국립국악원 소속 젊은 연희자들의 제안으로 마련됐다. 오 대표는 “이번 공연이 전통 연희자들의 협업으로 연결되고 전통문화의 대중화에 기여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서울발레시어터(SBT)는 24, 25일 서울 동숭동 홍익대 대학로아트센터에서 창작 발레 ‘무브즈’를 공연한다. 창단 19주년 기념이라는 세월의 굳은 살이 밴 공연이다. 1부 ‘이너 무브즈’에서는 사랑, 권력, 열정, 역동, 통일, 온유, 조화 등 인간의 일곱 가지 내면을 춤으로 표현한다. 2부 ‘레노스’는 스트라빈스키의 현대 음악을 바닥에 깐 현대 발레다.
안무자 제임스 전은 “‘이너 무브즈’는 2002년 초연된 이후 발레의 통념 깼다며 즐거워하는 관객이 많다”며 “처음에는 세트 없이 조명만 사용하려 했으나 추상적 세트가 6월 예술의전당 발레 축제 때 호평을 받아 이번에도 그 세트로 웅장한 조형미를 드러내려 한다”고 말했다. 그는 “공연을 2003년 과천마당극축제 개막 당시 더 빠르고 더 어렵게 바꾼 뒤 호응이 더 커졌다”며 “발레리나 토슈즈를 신긴 하지만 현대무용의 자유스런 스텝을 구사한다”고 말했다. 다음 작품으로는 아예 토슈즈를 벗는 ‘분노(Rage)’를 생각 중이다. “이번 무대가 발레의 테크닉에 초점 맞췄다면 ‘분노’는 현대무용처럼 움직임 그 자체에 중점을 둘 겁니다.”
장병욱 선임기자 aje@hk.co.kr
사진설명
전통 무용수들의 창작 정신이 결집된 ‘한국 춤의 놋다리를 동상이몽으로 춤추다’
발레 무용수 일곱 쌍의 움직임과 선이 강조된 ‘이너 무브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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