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지식인들 도쿄 집회서 발언
아사히 신문이 일본군 위안부 관련 기사를 취소한 것을 계기로 일본에 퍼지고 있는 아사히 때리기가 사회병리현상 수준에 달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런 분석은 15일 도쿄에서 열린 저널리즘의 존재 방식을 생각하자는 취지의 집회에서 제기됐다.
16일 교도통신에 따르면 이날 집회에 참가한 정신과 의사 가야마 리코는 재일 한국인 등을 겨냥한 증오발언(헤이트 스피치)라고 불리는 활동이 벌어지는 사회현상을 거론, 아사히 신문에 대한 공격을 “자신 이외에는 적으로 만들어 철저하게 공격하는 사회적 병”으로 규정, “불안으로부터 눈을 돌리는 것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야마구치 니지로 호세이대 교수는 “1991년 일본군 위안부 한국인 피해자의 증언을 기사화한 우에무라 다카시 전 아사히신문 기자가 출강하는 호쿠세이가쿠인대가 협박을 당했다”며 “(협박세력들의) 개입을 허용하면 대학의 자치, 학문의 자유는 의미가 없어진다”고 지적했다. 보수 우익세력은 최근 우에무라 가족의 신상을 인터넷에 공개, “자살하도록 만들겠다”는 협박도 서슴지 않고 있다.
작가 아마미야 가린은 “무서운 것은 ‘매국노’나 ‘국가의 적’이라는 단어를 태연하게 쓰이고 있다는 것”이라며 “(일본사회에) 폭력적인 분위기가 강해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민영방송 TBS의 전직 캐스터 시모무라 겐이치는 “아사히를 지키자고 하는 목소리는 경영이 아닌 자유로운 정신을 지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집회에는 일본군 위안부 기사 검증에 참가한 아사히 신문 현직 기자도 참가, “이번에 사내에서 논의한 것을 독자에게 잘 전할 필요가 있음을 실감했다”고 밝혔다.
아사히 신문은 ▦제2차 대전때 제주도에서 여성을 연행, 위안부로 삼았다는 일본인 요시다 세이지의 증언을 토대로 작성한 기사, ▦후쿠시마 제1원전 사고 당시 근무자 대다수가 요시다 마사오 당시 소장의 명령을 어기고 도주했다는 기사를 오보로 인정, 취소했다.
아사히의 오보 인정을 빌미로 아사히에 대한 공격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자 이달 초 일본 학자, 법률가, 언론인 등 400여명이 호쿠세이인가쿠인대를 지지하는 모임을 결성했고, 이 학교 졸업생 102명은 “어떤 폭력에도 굴하지 말고 학교의 자치와 학문의 자유를 지켜야 한다”는 취지의 의견서를 15일 학교측에 제출했다.
한편 일본신문협회는 15일 니가타현에서 신문대회를 갖고 아사히 오보 관련 문제를 심도있게 논의했다. 오다 도시조 니가타신문 사장은 “(아사히 오보사건을 계기로) 미디어 전체를 부정하려는 듯한 공격이 일어나고 있다”고 우려했다. 고시 가오루 고베신문 사장은 “기자가 정의감에 불타면 함정에 빠질 수 있다”며 언론의 자성을 촉구했다.
도쿄=한창만특파원 cm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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