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 본사가 밀양 송전탑 주변 마을 주민들에게 용도 불명의 현금 3,500만원을 송금한 사실이 밝혀졌다. 앞서 송전탑 건설 반대 주민들을 돈으로 매수하려고 했던 이른바 ‘청도 돈봉투 사건’과 ‘밀양 송전탑 반대 주민 매수 의혹’에서는 각각 한전 대구경북건설지사 및 밀양특별대책본부 소속 직원이 연루됐지만, 이번엔 본사가 직접 현금을 송금했다는 점에서 파장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소속 정의당 김제남 의원이 15일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6월 27일 밀양 송전탑 주변 마을의 주민대표 5인이 공동명의로 개설한 농협 통장에 ‘한전본사’ 명의(사진)로 3,500만원이 입금됐다. 입금한 장소 역시 한전 본사 인근인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농협 삼성동지점(지점번호 018)으로 확인됐다. 해당 통장은 송금 4일 전인 6월 23일 한전 직원이 마을대표 김모씨 등과 함께 농협 밀양시지부에서 개설됐다.
통장에는 한전 본사가 송금한 당일 2,500만원이 인출된 사실이 기록돼 있다. 인출된 돈은 해당 마을 대표들이 상품권으로 바꿔 주민들에게 뿌리려다 건설을 반대하는 주민 측의 반발로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전이 주민들에게 금품을 제공하려면 ‘송ㆍ변전설비 주변지역의 보상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이나 한전의 ‘특수보상 심의위원회 내규’에 따라 특수보상비나 합의금으로 한정돼야 한다. 그러나 이번에 한전 본사가 송금한 돈은 법률과 한전 내규에서 규정한 용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앞서 한전은 지난 8월 김 의원의 자료 요구에 밀양 송전탑 주변 마을에 합의금 외에 추가적으로 현금을 지급한 사례는 A마을에 마을 화합 행사비 명목으로 3,000만원, B마을에 농자재 구입비 명목으로 2,500만원 등 2건이라고 답변한 바 있다. 이번에 드러난 3,500만원은 이와 별도의 사례다. 김 의원은 “이번 사건은 한전 본사가 직접 나서 법적 근거와 특수보상 내규에 없는 돈을 밀양 주민에게 전달한 또 다른 ‘돈봉투 사건’”이라며 “한전의 불법 자금 여부 등 관련 정황에 대해 철저한 수사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준섭기자 ljscogg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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