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원 끊긴 작년 직접 대회 열어 성공
올해도 600팀 응모 치열한 경쟁
"유재하 닮은 뮤지션 놀이터 됐으면"
1989년부터 지금까지 감성을 지닌 젊은 싱어송라이터의 등용문 역할을 해온 대회가 있다. 단 한 장의 앨범만을 남겼음에도 한국 발라드의 원형으로 평가받는 고 유재하의 이름을 딴 유재하 음악경연대회다. 1회 금상 수상자 조규찬부터 19회 장려상 수상자 박세진(‘옥상달빛’의 멤버)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유명 아티스트들이 유재하의 이름을 이어받았다.
대회에도 세월이 흐르며 위기가 찾아왔다. 2005년 대회가 한 차례 취소된 후 새로 찾은 후원사가 지난해 후원을 중단하며 두 번째 무산 위기에 몰렸다. 이 때 대회 출신 아티스트들이 팔을 걷어붙였다. ‘유재하 동문회’라는 이름 아래 모여 직접 대회를 열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478팀이 대회에 참가했고 결선대회장은 입추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들어찼다.
그리고 1년, ‘동문회’를 열어젖힌 당사자인 원모어찬스의 정지찬은 이사가 됐고 총동문회의 사회를 맡았던 스윗소로우의 김영우는 동문회장의 직함을 달았다. 지난해는 시행착오가 많았지만 올해는 나름대로 체계를 갖추고 대회를 준비했다. 올해 대회도 일단 성공이다. 응모팀만 600팀으로 지난해 기록을 경신했다. 치열한 경쟁 끝에 10팀이 남아 11월 1일 한양대에서 열리는 본선에 진출했다.
각자의 활동으로 바쁜 와중에도 동문들은 유재하 음악 경연대회에 애정을 쏟고 있다. 네 번 탈락한 끝에 16회 대상을 수상한 김영우에게는 이 대회가 특별하다. “음악을 해도 된다는 자격증을 받은 것 같았어요. 아무도 안 알아봐준다 해도 음악을 할 수 있겠다 마음을 가지게 해준 것만으로도 의미가 크죠.” 8회 대상 수상자 정지찬은 19회 대상 수상자 박원을 만나 그룹을 결성해 활동 중이다. 대회가 까마득한 선후배의 만남의 장이 된 것이다. “저에게는 마음의 고향, 시골 분교 같은 느낌입니다. 제 추억이 있는 곳이고, 지금 20여 년 전 선배들이 도움을 주고 싶어하는 것들도 다 그런 추억과 꿈이 계속 이어지길 바라는 마음이겠죠.”
이제 대회 개최 2년 차에 접어든 그들에게는 새 고민이 생겼다. 지난해의 감동을 어떻게 이어가느냐 하는 것이다. “성공한 만큼 위기라고 생각해요. 의무감만으로는 이 일을 할 수 없을 테니까 지난해의 뭉클한 마음을 어떻게 잘 이어갈까 고민이 됩니다. 함께 갈 힘을 얻지 않으면 다른 위기가 없는 한 (경연대회를 위해) 다시 모이지 않을 수 있겠다고 생각해요.”(김영우)
유재하 음악대회 출신 아티스트들의 음악이 주류 음악의 흐름과는 다르기 때문에 이들은 대중과 접할 기회를 얻기 어렵다. 이 때문에 동문회는 아직 자리잡지 못한 동문 출신 아티스트들에게 기회를 마련해주는 시도를 하고 있다. 24회 출신 동문들이 5월에 음반을 발매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김영우가 총괄 프로듀서를 맡아 작업을 조율했다. “후배들이 함께 작업하는 기회를 만들어주려고 했어요. 작업이 진행되면서 자신감이 붙어가는 모습이 참 좋았어요.”
동문회 소속 아티스트들이 경연대회 홍보를 겸해 18, 19일 서울 올림픽공원에서 열리는 그랜드 민트 페스티벌(GMF)에서 ‘홀 오브 페임 유재하’ 무대를 꾸민다. 17, 24일에는 낙원상가 야외무대에서 ‘동창회’ 공연도 열 예정이다. “우리끼리의 즐거운 모습을 만드는 것이 올해의 큰 방향이었어요. 더 많은 공연을 통해 팬에게 알려질 수 있는 계기를 찾고자 합니다.”(정지찬)
동문회가 만들어가는 경연대회에 수식어를 붙여달라는 기자의 요청에 정지찬은 망설임 없이 ‘놀이터’라고 답했다. “늘 음악은 놀이라고 생각했어요. 유재하 동문회도 음악으로 같이 놀고 생각하는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대중음악 분야가 기획사 중심으로 돌아가는 상황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더 내고 싶어하는 신인 아티스트들이 찾는 장소로 유재하 음악 경연대회를 생각한 것이다.
김영우는 이 ‘놀이터’가 더 커지기를 희망한다.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는 데 집중하는 뮤지션들이 좀 더 많아질 수 있으면 좋겠어요. 최종적으로는 사람들의 관심이 많아져서 유재하 음악 경연대회 출신 스타도 나오고, 주류 대중음악과도 서로 좋은 영향을 미쳤으면 해요.” 유재하 동문회 아티스트들은 자신들의 희망을 자기 손으로 직접 만들어가고 있다.
인현우기자 inhyw@hk.co.kr 연다혜 인턴기자(경희대 언론정보학과 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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