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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시의회 시정질문 "이게 뭡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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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시의회 시정질문 "이게 뭡니까"

입력
2014.10.16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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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투적 인사말·수박 겉핥기 일관, 5분이면 될 것을 15분 이상…

교육감 등 질문 대상도 아닌 과도한 공무원 출석요구로 시간 낭비 초래

“250만 대구시민 여러분! 그리고 선배, 동료 의원님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OO선거구 OOO의원입니다. 먼저 본 의원에게 시정 질문의 기회를 주신 이동희 의장님과 선배, 동료의원님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또한 대구시정 발전과 대구교육 발전을 위해 노력을 아끼지 않으신 권영진 시장님과 우동기 교육감님 그리고 관계 공무원 여러분의 노고에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중략) 핵심 질문 두세 문장, 그리고 끝.”

이는 14일 열린 대구시의회 제229회 임시회 시정질문에서 질의에 나선 8명의 의원들이 한결같이 반복한 내용이다. 또 대구시교육감 등 시교육청 공무원들은 이날 교육청 관련 질의가 단 한 건도 없음에도 불구 하루종일 시의회에 출석하느라 시간을 낭비했다.

대구시의회의 비효율적인 시정질문 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는 시민 목소리가 높다.

이날 지역 공중파를 통해 중계된 시의회 시정질문을 접한 시민 상당수는 의원들의 시정질문이 핵심 내용 위주가 아닌, 인사말과 불필요한 배경설명 등으로 점철돼 효율적이지 못하다는 비판을 쏟아냈다.

시정질문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20분까지(낮 12시~오후 3시 휴식) 진행됐다. 시정질문에는 8명의 의원이 나섰으며, 1명당 15분에서 길게는 25분까지 시간을 사용했다.

하지만 시정질문 모두 비슷한 인사말로 시작해 장황한 배경설명, 그리고 막바지에 가서야 핵심 질문을 하는 식이어서 “시정질문을 그렇게까지 오래 할 이유가 뭐냐”는 반응이 대부분이다. 시민 유모(수성구 만촌동)씨는 “텔레비전을 통해 본 시의원들의 시정질문이 한결같이 형식적인 면에 치우쳐 지루하게 진행돼 실망감이 컸다”며 “서울시의회의 시정질문을 방청한 적이 있는데 일문일답식 질문으로 긴장감 있게 진행, 대구시의회와는 대비를 이뤘다”고 했다.

대구시의회 의정지기단인 YMCA 백경록 시민사업팀장도 “5분이면 충분한 내용을 15분 이상 늘여 하다 보니, 더 많은 의원들이 시정질문을 하고 보충질의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의회 스스로가 빼앗고 있는 셈”이라며 “구태의연한 시정질문 행태, 이제 바꿀 때가 됐다”고 말했다.

일부 시의원들도 시정질문의 비효율성에 대해 공감을 표했다. A의원은 “시정질문 준비에 있어 시의회 입법정책실의 지원을 받다 보니 모든 의원들의 질문이 비슷한 패턴으로 일관하는 면이 없지 않다”며 “의회도 이제 시민들의 높아진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건수 위주의 시정질문 행태를 지양하고 비효율적인 시스템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공무원들의 과도한 시의회 출석 요구도 도마 위에 올랐다.

이날 시에서는 시장과 부시장, 간부 공무원 등 15명이 출석했다. 시정질문과 관계없는 부서의 간부급 공무원들도 포함됐다. 시교육청에서는 공무원 15명 모두 자신들과 상관없는 질문들을 듣는 데 하루를 꼬박 허비했다. 특히 의원들은 이날 시교육청 관련 보충질의 또한 단 한 건도 하지 않아 불필요한 행정공백을 초래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시 공무원 B씨는 “서울과 인천 의회에서는 시정질문과 관련된 해당 국장만 출석시키는 것으로 안다”며 “심도 있는 질의를 위해서는 시간을 지금보다 짧게 배정하고, 일문일답식 질문을 도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시민들은 시의회의 이날 시정질문에 대해 비효율, 권위주의적 시스템이라 지적하며, “비효율적인 시정질문 시스템을 바꾸는 것부터 시의회가 솔선수범할 때 대구혁신의 불씨가 살아나지 않겠나”고 꼬집었다.

이현주기자 lare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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