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의 사상 첫 정규시즌 4연패는 3박자가 어우러진 결과다. 2014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지휘한 류중일 감독의 지도력도 빛났지만, 선수들이 큰 경기 경험을 토대로 수준 높은 야구를 펼쳤다. 삼성에는 나머지 8개 구단이 갖지 못한 특별함이 있었다.
‘밥값’ 이상 한 선발진
삼성은 9개 구단 중 유일하게 선발 5명이 규정 이닝을 채웠다. 15일까지 윤성환 170.1이닝, 밴덴헐크 152.2이닝, 배영수 130.2이닝, 장원삼 129.1이닝, 마틴이 128이닝을 던졌다. 규정 이닝은 올해 각 구단의 경기수(128경기)와 같다. 128이닝이다. 삼성에 이어서는 NC 롯데 LG(이상 3명)가 공동 2위다. 두산 한화 KIA SK는 2명, 넥센은 아예 밴헤켄 1명밖에 없다.
규정 이닝은 곧 ‘밥값’이다. 선발 투수가 최소한의 자기 몫을 해줬다는 의미다. 삼성은 올해도 믿음직한 5명의 투수를 앞세워 계산된 야구를 했다. 타 구단처럼 ‘내일 선발로 누굴 쓰지’따위의 고민은 하지 않았다. 예년에 비해 다소 불안한 뒷문에도 4년 연속 정규시즌을 제패할 수 있던 첫 번째 이유. 타자와 싸울 줄 아는 선발 투수에 있다.
27년 만에 작성한 팀 타율 3할
막강한 타격도 빼 놓을 수 없다. 극심한 ‘타고투저’ 현상 속에서 삼성의 타선은 한층 힘을 발휘했다. 이날까지 팀 타율은 리그에서 유일한 3할(0.301)대. 이대로 시즌을 끝낸다면 두 번째 진기록을 남기게 된다. 프로야구가 출범한 1982년부터 특정 구단이 3할 이상의 팀 타율을 올린 건 1987년 삼성(0.300)뿐이다.
규정 타석을 채운 타자 중 6명이나 3할을 넘겼다. 그 중 캡틴 최형우는 타율 3할5푼4리에 31홈런 100타점으로 4번 타자 역할을 톡톡히 했다. 최형우와 중심타선을 이루고 있는 채태인(타율 0.318 14홈런 99타점) 박석민(타율 0.315 27홈런 72타점)의 방망이도 매서웠다. ‘국민타자’ 이승엽의 활약도 빼놓을 수 없다. 이승엽은 타율 3할8리에 32홈런 101타점을 기록해 명예 회복에 성공했다. 역대 최고령 3할-30홈런-100타점 기록이 유력하다.
오승환 배영섭 but 임창용 나바로
삼성은 올해 오승환(한신) 배영섭(경찰청) 없이 시즌을 맞았다. 리그 최고 마무리, 믿을만한 1번 타자가 동시에 전력에서 이탈했다. 그러나 큰 공백은 느껴지지 않았다. 임창용이 9개의 블론 세이브를 했지만, 나바로가 공격 첨병 노릇을 완벽히 했다. 나바로는 특히 타율 3할1푼에다 31홈런 98타점 118득점 96볼넷 25도루로 기대 이상의 활약을 해줬다. 복덩어리다. 이날도 3-3으로 맞선 8회 결승 솔로포를 폭발하며 삼성의 정규시즌 4연패를 이끌었다.
함태수기자 hts7@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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