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관리감독도 안 받아
세월호 출항 전 안전 관리 소홀 문제로 도마에 올랐던 한국해운조합이 본연의 임무인 선박 점검은 내팽개쳐두고 부가 업무인 보험 영업에 혈안이 돼 돈벌이에만 급급해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해운조합은 해양수산부 관할로 금융 당국의 직접적인 관리 감독에서도 비껴나 있어 보험 사업을 규제할 제도 정비가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15일 새정치민주연합 김승남 의원에 따르면 해운조합은 해상종합보험(KISA)이라는 상품 등을 통해 2,100여 개의 회원사를 대상으로 각종 보험사업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해운조합은 선체 7,400여 척과 선원 1만 여명 등을 가입자로 확보, 해상보험시장에서 민간 보험회사를 제치고 업계 1위 실적을 구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운조합은 선박 출항 여부를 결정하는 출항안전점검이라는 독점적 권한을 갖고 있어 울며 겨자먹기로 보험에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게 선박업계의 하소연이다. 이 밖에도 해수부 유관 단체인 국립수산과학원, 한국해양연구과학기술원 등 67개의 공공기관 보험도 해운조합이 독식하고 있다.
해운조합은 보험사업으로 지난해 815억원의 공제수입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해운조합 연간 수입(1,135억)의 71.8%에 달하는 규모다. 또 해운조합 전체 직원 320여명 가운데 240여명이 공제사업에 투입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사실상 민간 보험회사와 다를 바 없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해운조합은 금융회사가 아니라는 이유로 금융감독원의 관리감독에서 벗어나 있어 막무가내식 보험 장사를 규제할 근거도 없다. 정부는 1961년 해운조합법을 개정해 해운조합이 보험 영업을 할 수 있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했지만, 관리권을 해수부로 넘겨 견제 기능마저 포기했다. 김승남 의원은 “해운조합은 세월호 사고에서 지적됐던 과적ㆍ과승 등 출항 전 안전점검에 더 주력하고, 보험 업무는 여타 민간보험 업체와 같은 규정과 관리를 받는 방향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강윤주기자 kkang@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