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국내 진출 '클래시 오브 클랜' 마케팅 비용만 200억 쏟아부어
온라인 이어 모바일도 외국산 독식, 국내 게임업계 "정부 지원 강화를"
“도대체 클래시 오브 클랜(COC)이 뭐야.”
TV 채널을 돌릴 때마다, 휴대폰을 볼 때마다 몇 번씩 보게 되는 애니메이션 광고를 지하철 스크린도어, 버스 정류장 등에서도 마주치게 될 때 누구나 한번쯤 이런 의문을 가졌을 법하다.
이 광고에 등장하는 얼굴 큰 남자는 광고비로만 200억원이 넘는 돈을 퍼붓고 있는 외산 모바일 게임 속 캐릭터다. 업계 관계자는 “광고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은 게임 속 실제 캐릭터보다 재미있고 입체적”이라며 “캐릭터 자체를 잘 살려 아이돌 등 유명 스타를 내세우던 국내 게임 광고의 흐름을 뒤집었다는 평가가 나온다”고 말했다.
15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이 같은 무지막지한 광고세례 끝에 COC는 국내 안드로이드 응용 소프트웨어(앱) 마켓 구글플레이의 왕좌에 올랐다. 애플 앱스토어에서 일찍이 1위에 등극했던 COC는 국내 모바일 게임 시장의 약 90%를 차지하고 있는 구글플레이에서는 줄곧 국산 게임에 밀렸다. 하지만 지난 12일 처음으로 양대 마켓 매출 1위에 오른 이후 계속 선두를 달리고 있다. 이미 온라인 게임 시장을 미국산 ‘리그 오브 레전드(LoL)’가 지배하고 있는 상황에서 COC가 모바일 시장까지 접수하면서, 업계에서는 외산 게임의 공습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COC는 전 직원이 100여명에 불과한 핀란드 회사 슈퍼셀이 개발, 서비스하는 모바일 게임이다. 자신의 영토를 키우고 지키는 동시에 다른 사람의 영토를 공격해 자원을 빼앗는 약탈 사회관계형게임(SNG)으로, 한국에서 인기를 끌기 전 이미 40여개국 앱 마켓 1위를 휩쓸었다. COC의 ‘대박’에 힘입어 슈퍼셀은 지난해 전 세계적으로 약 9,300억원의 매출을 올린 것으로 알려진다. 국내에서는 작년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슈퍼셀의 지분 51%를 약 1조6,000억원에 인수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화제가 된 바 있다.
COC는 올 3월 한국에 정식 진출하기 전에도 국내 이용자들에게 낯설지 않은 게임이었다. 그러나 COC 캐릭터들이 8등신의 미남ㆍ미녀형을 선호하는 아시아인들의 취향과는 맞지 않는 데다, 국산 게임의 완성도가 높은 점 등 때문에 한국에서 흥행에 성공할 거라 보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그럼에도 슈퍼셀은 광고에 과감한 돈을 쏟아 부으며 결국 양대 앱 마켓을 휩쓰는 데 성공했다. 특히 주요 게임 공급 통로인 카카오를 거치지 않고 거둔 성적이라는 점에서 더 주목을 받고 있다.
슈퍼셀이 이처럼 국내 시장에 공을 들이는 건 한국을 일종의 테스트베드로 삼기 때문이라는 시각이 많다. 중국 등 아시아국가 게임 시장에 본격 진출하기 전에 한국을 전진 기지로 활용한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미 LoL이나 캔디크러쉬사가 등 세계적 인기를 끈 게임들이 한국에서 쌓은 인지도와 인기를 바탕으로 중국 시장을 공략했다”며 “슈퍼셀이 단기간 내 과감한 투자를 한 것도 같은 이유에서 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에는 한국은 게임실력이 뛰어난 이용자들이 많고, 안드로이드용 게임의 흥행성이나 약점 등을 비교적 짧은 시간 내 파악하기 쉽다는 점 등이 작용한다. 슈퍼셀 관계자는 “국내 게임 시장은 안드로이드 비중이 압도적인 만큼 애초부터 안드로이드 시장 1위를 목표로 세웠다”는 말로 업계 추측을 뒷받침했다. 나아가 다른 아시아 국가에서 자리를 잡은 후에는 한국 게임을 해외에 공급하는 것으로 사업을 확장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한편 LoL의 압도적 인기에 더해 COC까지 1위를 차지하면서 국내 게임 업체들 사이에서는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게임에 대한 정부 규제와 중국 업체들의 급성장 등에 치여 한국의 게임 업체들은 점점 설 곳을 잃고 있다”며 “국내 업체들의 경쟁력을 키우기 위한 지원이 강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서희기자 shle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