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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 지고 "5억 되돌려 달라" 독촉받자 청부살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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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 지고 "5억 되돌려 달라" 독촉받자 청부살인

입력
2014.10.15 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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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3월 건설사 사장이 지인에 의뢰, 공수도협회장 지낸 조선족 소개받아

소송 얽힌 다른 건설사 대표 살인교사… 수법·시기 등 김형식 의원 사건과 유사

올해 3월 20일 서울 강서구 방화동에서 발생한 K건설 사장 경모(59)씨 살해사건의 범인들이 7개월 만에 붙잡혔다. 다른 건설회사 사장이 5억원을 돌려주지 않으려고 영화 ‘황해’ 속 장면 그대로 조선족을 시켜 저지른 청부살해인 것으로 밝혀졌다. 지인에게 살해를 부탁했고, 살해범은 범행을 시인한 반면 교사범은 이를 부인했다는 점에서는 불과 17일 전 강서구 내발산동에서 발생한 김형식 서울시의원 청부살인 사건과 닮았다.

서울 강서경찰서는 살인을 교사한 S건설 사장 이모(54)씨와 경씨를 살해한 조선족 김모(48)씨, 브로커 이모(58)씨 등 3명을 구속했다고 15일 밝혔다. 피해자 경씨는 국내 시공능력평가 100위 안에 드는 중견 건설사 회장의 친동생이다.

사건은 2006년 K건설이 수원 팔달구 일대 아파트 신축공사를 벌이면서 S건설과 70억원 상당의 토지 매입 용역계약을 맺으면서 시작됐다. S건설은 목표로 한 토지를 다 사들이지 못했고 이로 인해 계약은 파기됐다.

돈을 못 받게 된 S건설 사장 이씨는 2010년 지인들을 내세워 K건설에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토지 매입작업에 이미 들어간 5억원을 지급하라는 내용이었다. 1심에서는 승소해 5억원을 받았지만 2012년 12월 항소심에서 서울고법은 “용역제공을 완료하지 못해 K건설이 입은 피해를 무시할 수 없다”며 패소 판결을 내렸다. 지난해 4월 대법원도 이씨의 상고를 기각했다. 결국 이씨는 경씨에게 5억원을 다시 내줘야 할 상황에 처했다.

그러나 이씨는 돈을 돌려주지 않고 버텼고, 이로 인해 경씨가 제기한 각종 민ㆍ형사 소송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이씨는 현금 2억원을 주겠다고 제안하거나 자신이 조직폭력배라고 협박하면서 소송을 중단하라고 요구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2009년 12월부터 각종 소송이 5년간 이어지자 지난해 9월 이씨는 수원에서 30년 넘게 알고 지내온 세계무에타이ㆍ킥복싱연맹 이사인 브로커 이씨에게 “누굴 보내버리려고 하는데 할 사람을 알아봐달라”고 부탁, 조선족 김씨를 소개받았다. 이씨는 2006년 중국 체육 관련 행사에서 만나 알고 지내던 김씨에게 “작업에 성공하면 4,000만원을 주겠다”고 제안했다. 김씨는 중국 옌볜 조선족 자치주에서 공수도협회장을 지낸 인물이지만 2011년 한국에 들어온 이래 일을 찾지 못해 경제난을 겪고 있었다.

김씨는 3월 3일부터 18일간 하루도 빠짐 없이 피해자 경씨의 사무실 인근을 자전거를 타고 배회하며 기회를 엿봤다. 그러던 중 사건 당일 오후 7시 18분쯤 퇴근하려고 2층에서 계단으로 내려오던 경씨를 흉기로 찔러 살해했다.

경찰에 따르면 당초 범행 대상은 K건설 소송담당 직원 홍모(40)씨였지만 홍씨가 퇴사하면서 대상이 경씨로 바뀌었다. 김씨는 이씨 등의 독촉을 받고도 범행을 주저했으며, 살해시점이 늦어져 약속된 금액보다 적은 3,100만원을 받았다. 경찰 관계자는 “범행 전 피해자의 정보를 잘 알고 현장을 사전 답사한 점, 지인을 시킨 점, 살인교사범이 범행을 인정하지 않는 점 등이 내발산동 재력가 살인을 교사한 김형식 서울시의원 사건과 유사하다” 고 말했다. 채지선기자 letmeknow@hk.co.kr

영화 '황해'의 한 장면.
영화 '황해'의 한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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