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금리 추가 인하… 효과 있을까, 외국인 자금 이탈 가속화 우려도
"2% 기준금리 경기 뒷받침 충분" 李 총재는 추가 인하에 선 그어
한국은행이 15일 두 달 만에 기준금리를 다시 0.25%포인트 내렸다. 연 2.0%. 글로벌 금융위기 국면이던 2009년 2월부터 17개월 동안 유지됐던 기준금리와 동일한 사상 최저치다.
이 총재는 이날 금융통화위원회 회의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금리 인하 결정의 주요 대내 요인으로 미약한 경기 회복세, 낮은 물가상승 압력, 부진한 경기 심리를 들었다. 대외 요인으론 유로존 경기 부진, 일부 신흥국의 성장세 약화를 꼽았다.
이 총재는 특히 경기회복 부진을 강조했다. 그는 “(8월 금리인하 결정을 내린지)불과 석 달 만에 경기 전망을 바꿔야 할 만큼 하방리스크가 커진 상황”이라며 “경기 모멘텀을 살리려면 지금 금리를 인하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실질성장률이 잠재성장률을 밑도는 마이너스 국내총생산(GDP)갭이 당초 예측보다 길게 내년 하반기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관측하며 “금리 인하 결정에 있어 3%대 성장률 전망치보다는 GDP갭을 더 고려했다”고도 했다. 경제주체들의 심리 부진에 방점을 찍었던 8월 금리 인하 때에 비해 한층 비관적인 경기 전망을 내린 셈이다.
이 총재가 언급은 하지 않았지만 수출 경쟁국인 이웃나라 일본의 엔저(低) 공세 역시 금리 인하의 명분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많다. 공식적으로는 “환율 때문에 통화정책을 쓸 수는 없다”고 거듭 밝히고 있지만, 당장 타격이 현실화하는 상황에서 무시할 수 없는 요인임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기준금리 인하의 효과다. 물론 한은은 효과를 자신한다. 이 총재는 “8월 기준금리를 내린 폭만큼 여수신 금리가 내려갔고 이 효과가 시차를 두고 소비와 투자 증가로 이어질 것”이라며 “두 차례에 걸친 금리 인하 조정이 성장세 회복에 상당한 도움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에서도 기대감이 없지 않다. 박성욱 금융연구원 거시국제금융연구실장은 “가계와 기업의 대출 원리금 부담 감소와 함께 정부와 당국의 경기부양 의지를 확인시켜 정책의 신뢰를 높이는 효과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금은 그 효과가 과거와 같지 않을 거라는 반론도 상당하다. 경제에 활력이 떨어지고 회복세가 둔화된 것은 분명하지만 그래도 3%대 중반 이상의 성장률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기준금리를 경제위기 수준으로 끌어내리면 그 효과가 반감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특히 일각에선 금리를 아무리 낮춰 돈을 풀어도 투자와 소비가 늘지 않는 유동성 함정에 빠질 수 있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실제 통화승수(중앙은행이 푼 돈이 시중에 얼마나 유통되는지를 보여주는 지수)는 5년째 하락세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경제동향분석실장은 “금리 인하와 소비ㆍ투자의 연결고리라 할 수 있는 경기 개선 확신이 약한 상태”라고 지적했고, 정성태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도 “이자율에 따라 소비와 투자가 움직인다는 것은 장기적 관점에서 유효한 사안”이라고 진단했다.
효과에 대한 논의는 분분한 반면, 부작용 우려는 8월 금리 인하 때보다 훨씬 더 강해졌다. 정부의 부동산 규제 완화, 금리 인하 등에 편승해 급증하고 있는 가계부채가 가장 약한 고리다. 금융당국 통계에 따르면 정부가 주택담보인정비율(LTV)ㆍ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를 완화한 8월 이후 두 달 동안 가계대출 증가액은 11조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상대적으로 고금리인 제2금융권 대출 또한 9월 증가 규모가 전달의 두 배를 기록하는 등 부채의 질이 악화되는 흐름도 감지된다. 추가 금리 인하로 가계부채가 더욱 빠르게 확대될 경우 개인 파산 등 소비 위축 심화로 귀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금리 인하에 따른 외국인 자금 이탈 가속화 가능성도 제기된다. 미국 양적완화 종료에 따른 달러 강세, 유로존 위기 심화 상황에서 금리 인하로 원화 약세 기대감이 강해질 경우 환차익을 노린 자금유출 속도가 더욱 빨라질 수 있다. 이달 들어 14일까지 우리 증시에서 빠져나간 외국인 자금은 2조원에 이른다.
실제 이날 시장의 지표엔 이런 우려가 고스란히 묻어났다. 기준금리를 낮춰 시중에 유동성을 공급하면 주가가 상승한다는 상식은 통하지 않았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0.17% 내린 1,925.51. 금리인하 효과에 대한 기대감보다 자본유출에 대한 우려가 더 크게 작용했다는 얘기다.
이제 시장의 관심은 한은의 추가 금리 인하 여부에 쏠려있다. 금리가 한 차례 더 내려갈 경우 한은이 1999년 금리목표제를 시행한 이래 첫 1%대 기준금리를 기록하게 된다. 물론 금리 인하 가능성에 대해선 아직까지는 유보적 관측이 많다. 이 총재가 이날 “2% 기준금리는 경기회복을 뒷받침하기에 부족하지 않은 수준”이라고 거듭 강조한 것을 두고 “중요한 여건 변화가 없는 한 추가 인하할 뜻이 없음을 밝힌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하지만 시장에선 내년쯤 한 차례 추가 인하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 흘러 나온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ㆍFed)가 급속한 달러 강세를 경계하며 기준금리 인상 시점을 늦출 수 있다는 신호들이 나오는 것도 이런 해석을 뒷받침한다. 그만큼 우리도 금리로 경제를 떠받칠 시간적 여유를 갖게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윤여상 KDB대우증권 수석연구원은 “한은이 3%대 중반의 양호한 성장률을 전망하면서도 금리를 내린 만큼 내년 성장경로나 물가상승에서 기대에 못 미칠 경우 추가 인하할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전망했다.
이훈성기자 hs0213@hk.co.kr
김진주기자 pearlkim7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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