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측 "문제 없다" 불구 책임 도마에

아이들이 주로 먹는 과자와 시리얼에 잇따라 세균이 검출되면서 소비자들이 불매운동을 시작하는 등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업체 측은 제품 안전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일단 자가품질검사에서 세균이 발견된 제품을 폐기하지 않고 재활용했다는 점에서 법적ㆍ도덕적 책임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15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국내 시리얼업체 1위 동서식품은 충북 진천공장에서 포스트 아몬드 후레이크 등 4개 제품을 생산하면서 자가품질검사에서 대장균군을 확인했지만 곧바로 폐기하지 않고 다른 제품과 섞어 유통시켰다. 동서식품은 “대장균군은 쌀 등에 존재하는 미생물로 대장균과는 다르다”며 유통 전 단계 제품을 살균처리했고, 대장균군 음성으로 판명된 제품만 출고해 완제품에는 세균이 나오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 같은 고온 열처리를 통한 재활용 제조 과정은 해외에서도 일반적으로 쓰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부적합한 제품을 10% 섞어서 재가공한 것은 완제품에 문제가 없어도 행정처분 대상이라고 보고 있다. 식약처 관계자는 “식품위생법 위반으로 시정명령,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의 벌금, 과태료 부과의 처벌을 할 수 있다”며 “더구나 이미 알루미늄 포장, 박스 포장까지 다 끝난 제품은 최종 제품이지 동서식품이 주장하는 대로 반제품이라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이 제품들을 잠정 유통판매 금지시켰고, 완제품 100개 제품 이상을 긴급 수거해 검사 중이다. 검찰은 14일 부적합 제품을 재활용해 시리얼을 제조판매한 혐의로 동서식품 진천공장을 압수수색해 관련 서류를 확보했다. 동서식품과 달리 2위 업체인 농심켈로그는 아예 외부검사기관에 의뢰해 문제가 발견되면 자동으로 식약처에 신고하도록 하고 있다.
온라인에서는 동서식품 전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이 이어지고 있다. 4일 돌입한 불매 서명 운동에 동참한 이들이 600명이 넘는다. 불매운동을 제기한 네티즌은 “어릴 때부터 동서식품 시리얼만 즐겨 먹어왔기에 다른 사건보다도 충격이 크다”며 “먹는 걸로 장난치는 기업들에게 본때를 보여주기 위해서는 소비자가 해당 기업의 제품을 구매하지 않아야 한다”고 동참을 호소했다.
앞서 크라운제과도 유기농 웨하스 제품이 자가품질검사 결과 허용 기준치 280배가 넘는 세균이 검출됐는데도 5년간 100만개 이상 시중에 판매해온 혐의로 관련 임원들이 구속됐다. 크라운제과 측은 “3군데에 검사를 의뢰해서 1군데에서 세균이 검출되면 실험의 오류가 있을 가능성이 있어 재검사를 했다”고 주장했지만 하나라도 부적합 판정이 나올 경우 즉시 식약처에 신고하고 폐기하도록 한 식품위생법 자가품질검사기준을 위반한 것이다.
고은경기자 scoopkoh@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