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사이버 검열’ 파문이 일파만파로 커지자 어제 긴급 유관기관대책회의를 열어 진화에 나섰다. 검찰은 “카카오톡 등 모바일 메신저에 대한 압수수색 시 최소한도의 범위 내에서만 자료를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김진태 검찰총장도 앞서 “카카오톡과 같은 사적 대화에 대해 모니터링 할 법적인 근거도 인력도 설비도 없다”며 “명예훼손죄와 모욕죄는 감청 영장 대상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미 확산될 대로 확산된 이용자들의 불안이 이런 정도의 해명과 대책으로 가라앉을지는 의문이다.
이번 사태는 검찰이 지난달 18일 ‘사이버상 허위사실 유포 대응방안’을 발표하면서 촉발됐다. 박근혜 대통령이 “사이버 상의 폭로성 발언이 도를 넘었다”고 하자 이틀 만에 졸속으로 엄단 방침을 밝혀 화를 자초했다. 카카오톡까지 사찰 대상이 될 거라는 불안이 순식간에 확산됐고 무려 170만명이 해외메신저로 ‘사이버 망명’을 했다. 그런데도 검찰은 그 동안 강 건너 불구경하듯 적극적으로 해명을 하지 않았다. 국정감사에서 이슈가 되고 다음카카오 대표가 ‘감청 불응’을 선언하는 등 파문이 확산되자 비로소 해명에 나섰다. 다분히 의도된 늑장 대응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그 한 달 동안 사이버 검열에 대한 공포와 불안은 국민들 뇌리에 깊숙이 새겨졌다. 기본권 가운데 법적 조치에 가장 먼저 위축되는 것이 표현의 자유다.
검찰이 그 동안 해온 자의적이고 관행적인 검열 행위를 볼 때 사이버 검열에 대한 불안과 불신을 진정시키기에는 역부족이다. 지난해 8월 정진우 노동당 부대표의 카카오톡 대화내용 한 달 분을 압수수색 한데서 드러나듯 검찰은 수사에 필요한 범위를 훨씬 넘는 개인정보를 확보해왔다. 메신저와 이메일 압수수색과 감청 건수는 이명박 정부 시절보다 두 배나 늘었다. 개인정보 보호와 인권침해 위험은 안중에도 없다는 얘기다.
다음카카오를 비롯해 인터넷 업계가 조만간 사이버 검열에 대한 공동대응책을 마련하기로 한 것도 결국은 검찰의 과잉 통제가 빚어낸 반작용이다. 이로 인해 정작 수사에 차질을 빚는 등 피해를 보는 것은 수사 당국이다.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호위무사로 나선 검찰이 스스로 부메랑을 맞은 꼴이 됐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수사 당국과 관련 업계는 잘못된 관행을 뿌리뽑아야 한다. 검찰은 개인의 사생활을 최대한 보호하면서 수사할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 인터넷 업체는 무너진 이용자들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도록 개인정보 보호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법원도 검찰의 포괄적 압수수색 영장 청구에 그 목적과 조건 등을 충분히 검토하여 영장 발부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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