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 위반 불사'는 오해…실정법 테두리서 프라이버시에 최우선"
"감청 영장에 응하지 않겠다. 실정법 위반이면 대표이사인 내가 벌을 달게받겠다."
"정확한 취지는 모르겠으나 법을 지키지 않겠다는 의미는 아닌 것으로 본다. 법치국가에서 법을 지키지 않겠다고 나서는 것은 생각할 수 없다."
다음카카오 이석우 공동대표가 지난 13일 저녁 긴급기자 회견을 열어 카카오톡에 대한 감청 영장 집행에 협조하지 않겠다고 밝히자, 다음날 김진태 검찰 총장이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김 총장의 이 언급에는 국내 대표 인터넷 기업이 법을 준수하지 않겠다고 들릴 수 있는 과격한 발언을 한 것에 대한 불만이 배여있다.
그러나 이 대표와 김 총장 등 검찰이 이번 `감청 논란'을 둘러싸고 주고받은 입장 표명과 설명을 종합해보면 다음카카오가 `감청 영장 거부'라는 초강수를 꺼내 든 저변에는 나름대로 이미 계산이 끝났음을 알 수 있다.
검찰은 감청은 유선전화는 가능하지만, 휴대전화는 장비 문제로 불가능하고 카톡 같은 모바일 메신저도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이 대표 역시 카톡에 감청 장비가 설치돼 있지 않고 앞으로도 할 생각이 없다고 밝혔다. 따라서 카톡에 대한 감청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 양측의 일치된 설명이다.
그럼에도 지난해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카톡에 대한 147건의 감청 영장이 발부됐고, 다음카카오는 영장이 발부된 후 시점부터 피의자의 메시지 내용을 모아서 검찰에 제공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2012년 통신비밀보호법상 감청은 송신 또는 수신 중인 전기통신 행위가 대상이므로 송ㆍ수신이 완료돼 보관 중인 내용을 청취하거나 읽는 행위는 감청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결한 바 있다.
결국, 다음카카오는 수사당국의 감청 영장에 대해 압수수색영장을 받은 것으로 간주하고 대화 내용을 전달했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이 대표의 `감청 영장 불응' 결정은 과거처럼 잘못된 법 해석으로 인한 수사 협조는 하지 않겠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또한, 감청 영장 불응이 실정법 테두리 안에 있다는 판단에 기초한 것이라는 게 다음카카오측의 설명이다.
그동안 감청 영장에 응한 것에 대해서는 "잘못된 법해석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할말이 없다"고 잘못을 인정했다.
카카오측의 이 같은 설명에도 "실정법 위반이라면, 벌을 달게 받겠다"라는 이 대표의 발언이 "법 위반도 불사하겠다"는 식으로 들릴 수 있기 때문에 부적절하고 경솔했다는 지적이 많다.
궁지에 몰린 다음카카오가 충격적인 레토릭(수사법)을 의도적으로 사용한 것이라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이에 대해 다음카카오 관계자는 "법을 위반할 수도 있다고 전달됐다면 오해다. 회사는 법을 위반할 생각이 없다"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기자회견에서 `만약에 실정법 위반이라면 어떻게 하겠는가'라는 `만약'을 가정한 질문이 이어졌고 이 대표는 이에 대해 어떠한 경우도 책임을 다하겠다고 말한 것"이라면서 "그러나 회사는 근본적으로 법 위반이 아니라는 판단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음카카오는 감청 영장과 달리 압수수색 영장에 대해서는 법을 준수한다는 입장이다. 다만, 카톡 메시지를 서버에 저장하는 기간을 2~3일로 줄이고 프라이버시 모드 등을 도입하는 등 기술적으로 이용자의 프라이버시를 보호하는 방안을 강구하겠다는 복안을 갖고 있다.
다음카카오는 고의든 아니든 `감청 영장 거부' 입장 발표가 법치주의를 거부하는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확산하고 특히 검찰과 갈등을 빚는 것에 크게 우려하는 분위기다.
이 회사 관계자는 "법 해석 등에 있어서 관점을 사용자에 최우선으로 맞출 생각이라는 것이 회사의 입장"이라면서 "자칫 오해가 생긴다면 외부 기관이든 사용자든 적극적으로 커뮤니케이션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석우 대표는 16일 국회 법사위의 국정감사 증인으로 출석을 요구받은 상황이어서 '감청 영장 거부'를 둘러싼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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