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의 기준금리가 종전 연 2.25%에서 2.00%로 인하됐다.
글로벌 금융위기 극복과정에서 운영한 사상 최저의 기준금리와 동일한 수준이다.
한은은 13일 이주열 총재 주재로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본회의를 열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내렸다.
지난 8월 2.50%에서 2.25%로 내리고서 두달만에 다시 인하 결정을 내렸다.
이로써 기준금리는 2009년 2월부터 17개월간 2.00%로 운영된 종전 사상 최저치와 같은 수준이 됐다.
이번 금리 인하는 성장률 전망치를 연이어 하향 조정해야 할 만큼 경기 회복세가 미약한데다가 유로존의 경기 침체 우려가 불거지는 등 대외 악재도 심각하다고 판단한 데 따른 것이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3개월째 1%대를 기록할 만큼 물가 상승 부담은 크지 않은 점도 고려됐다.
내수 활성화를 비롯한 경기 부양에 정책 노력을 기울이는 정부와 공조를 취해 정책 효과를 뒷받침하려는 취지도 있다.
정부는 경기 회복세가 미진하자 기존에 발표한 41조원의 정책자금 패키지 중 연내 집행액을 26조원에서 31조원으로 5조원 이상 늘려 내수 활성화에 나서기로 지난 8일 경제장관회의에서 결정한 바 있다.
그러나 이번 금리 인하는 취임 이후 시장과의 소통, 국민 신뢰를 강조해온 이주열 총재의 최근 발언 기조와는 다소 맞지않는 결정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실제 이 총재는 최근 국정감사와 미국 출장 기간에 기준금리를 동결할 듯한 발언을 여러 차례 했다.
예를 들면 "올해 한국 경제는 (3%중반인) 잠재성장률과 비슷한 성장세를 보일 것", "재정·통화 정책은 한계가 있다" 등이다.
이에 따라 한국금융투자협회가 채권 보유 및 운용 관련 종사자 200명을 상대로 한 설문조사에서 인하(50.7%)와 동결(49.6%)을 점친 응답자가 거의 비슷하게 나왔고 국감 때인 지난 7일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전일보다 0.027%포인트 상승하기도 했다.
이 총재는 깜짝 금리 조정은 하지 않겠다고 여러 차례 밝히면서 "6개월 후 금리를 조정할 필요성이 있다면 2∼3개월 전엔 시그널(신호)을 줘야 한다"고 말한 바도 있다.
그러나 지난 8월 금리 인하 때도 사전 시그널이 충분하지 않은 상태에서 금리를 내려 "좌측 깜빡이 켜고 우회전했다"는 비판을 산 김중수 전 총재에 이어 중앙은행의 신뢰 저하를 초래했다는 지적을 샀다.
가계부채가 이미 작년말 1천조원을 훌쩍 넘어서고 새 경제팀의 부동산 규제 완화로 최근 그 증가 속도가 더 빨라질 조짐도 보이는 가운데 정부의 성장 논리에 밀려 중앙은행 독립성을 지켜내지 못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앞서 최경환 부총리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9월 한은이 기준금리를 동결한 이후 '척하면 척' 발언을 비롯해 "한국의 기준금리가 낮아진 것은 사실이나, 다른 나라보다는 여전히 높다" 등 여러 차례 추가 금리 인하 요구로 해석되는 발언을 했다.
이 총재는 국감 때 최 부총리의 '척하면 척' 발언을 둘러싸고 한은의 독립성에 대한 논란이 일자 "시장에 영향을 줄 만한 인사는 발언을 자제하는 게 좋겠다"면서 최 부총리의 발언이 적절하지 못했다는 의견을 표명하기도 했다.
앞서 한은은 기준금리를 2012년 7월 종전 3.25%에서 3.00%로 내린 뒤 10월 2.75%로, 작년 5월 2.50%로 각각 인하하고서 14개월 연속 동결하다가 올해 8월에 다시 0.25%포인트 내렸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경제동향분석실장은 이번 기준금리 인하와 관련, "대내외 경제여건이 나쁜 데 따른 선제적 대응으로 보인다"면서 "당분간은 파급 효과를 잘 살펴봐야 할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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