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무주에 올해 4월 개원 320만명 예상에 20만명 방문
시설물 수익금 불과 9억원, 국기원 등 이전도 백지화
'태권도 메카' 본래 취지 퇴색
‘태권도 메카’를 표방하며 국비 등 약 2,500억원을 들여 무주에 지은 태권도원이 방문객수 저조로 예산만 낭비한 애물단지로 전락할 위기에 처해 있다. 방문 인원이 예상의 10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해 1,000억원에 달하는 민간자본 유치에도 제동이 걸렸다.
전북 무주 설천면에 올해 4월 문을 연 태권도원은 서울월드컵경기장 면적의 10배에 달하는 부지(231만4,000㎡)에 국비 2,153억원, 지방비 148억원 등을 들여 국책사업으로 조성한 태권도 테마파크다. 태권도 전용 경기장, 박물관, 숙소, 교육시설, 전통 공원 등이 들어서 있다. 운영은 태권도진흥재단이 맡고 있다.
무주 유치가 확정된 것은 2004년 말. 태권도, 관광계 인사들이 유치를 희망하는 17개 지방자치단체를 대상으로 심사해 경주 무주 춘천을 최종 후보로 선정해 사업 타당성이 가장 높게 나온 무주로 결정했다.
사업 타당성을 재평가하기 위해 이듬해 실시한 ‘태권도공원 개념정립 및 공간구성 등에 관한 연구용역’에서 한국문화관광정책연구원은 국내외 대회, 태권도 유단자 연수, 관광 등을 고려할 때 2014년 321만여명이, 2015년에는 334만여명이 태권도원을 찾을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개장 후 실적은 초라했다. 14일 새누리당 강은희 의원이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태권도진흥재단으로부터 제출 받은 태권도원 운영실적에 따르면 올해 4월 개원 이후 9월까지 6개월간 방문객은 12만4,000여명, 입장료 등 시설물 수익금은 9억200만원으로 집계됐다. 이대로면 연말까지 채 20만명을 넘지 않을 것으로 보여 예상 방문인원의 6%도 채우기 어려울 전망이다.
그나마 방문객 수는 ‘세계태권도문화엑스포’ ‘태권도국제청소년캠프’ 등 행사가 있었던 7, 8월에 집중됐다. 두 달간 태권도원을 다녀간 사람은 6만9,000여명으로 6개월 전체 방문객의 56%가 집중됐다. 나머지 넉 달간 하루 평균 방문객은 450여명에 불과했고 숙박시설 투숙률은 평균 9.1%로 전국 휴양콘도 비수기 객실 평균 이용률(16.6%)의 절반 정도에 머물렀다.
방문객이 뜸한 탓에 1,066억원에 달하는 민자 유치사업도 답보 상태다. 국비로 지은 숙소, 식당만 있을 뿐 민자로 지어야 할 콘도, 식당가, 편의시설 등 관광시설은 아직 공사를 시작도 하지 못했다. 당초 태권도원으로 이전하기로 했던 국기원, 세계태권도연맹, 대한태권도협회 등 관련 단체가 기능만 부분 이양하는 것으로 계획을 바꾸면서 태권도 메카라는 본래의 취지도 퇴색됐다. 무주군청에서 순환버스로 1시간, 승용차로 30분이나 걸려 접근성이 떨어지는 것이 주요 원인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수요를 제대로 전망하지 못했다는 지적에 대해 한국문화관광정책연구원 관계자는 “관련 단체 이전이 무산되는 등 연구용역 당시와 현재 상황이 큰 차이가 있어 방문객 수도 예상에 미치지 못하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강은희 의원은 “이미 천문학적인 국비가 들어간 만큼 제 역할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면서 “대규모 행사에만 의존하지 말고 평소에도 관람객 유치를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장재진기자 blanc@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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