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기고] 소재·부품산업과 일자리 창출

입력
2014.10.14 20:00
0 0

중국 계림지방에선 가마우지 새로 낚시를 한다. 긴 목으로 물고기를 낚아채는 새의 목 아랫부분을 끈으로 묶어 물고기를 삼키지 못하게 해 이를 꺼내기에 가마우지 낚시라 한다. 1980년대 말 일본 경제평론가 고무로 나오키가 그의 저서에서 우리 경제를 ‘가마우지 경제’라고 비아냥거린 바 있다. 한국이 많은 완성품을 수출해도 소재ㆍ부품 등을 일본에서 상당량 수입하기에 고용 확대나 성장 효과가 적어 일본만 좋은 일 시켜준다고 하여 가마우지에 빗댄 말이다.

우리나라는 반도체ㆍ디스플레이ㆍ휴대폰ㆍ조선ㆍ자동차 산업 등에서 세계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제조업 강국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주력산업의 세계시장 점유율이 낮아지거나 대기업의 영업이익이 줄어드는 등 빨간 불이 켜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를 탈피하는 첩경은 제조업의 혁신이다. 세계 주요국들은 제조업의 중요성을 깨닫고 부활전략을 적극적으로 펴고 있다. 미국은 국외로 나간 생산시설을 다시 자국으로 옮기는 ‘리쇼어링(Re-shoring)’을 추진하고 있다. 일본은 중소 제조기업 중심으로 모노즈쿠리(もの造りㆍ제조 혼 정신)를 강화하고 있다. 독일도 제조업을 한층 튼튼히 하기 위해 ‘지능형 공장(Smart Factory)’ 등 인더스트리 4.0 정책을 실현하고 있다.

그 중심에는 모든 산업전체를 아우르며 연관 범위가 넓고 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큰 소재ㆍ부품 산업이 자리한다. 최고만 살아남는 세계 산업구조 패러다임이 완성품에서 소재ㆍ부품으로 옮겨가는 것도 두 부문 경쟁력의 동반확보가 필수과제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소재ㆍ부품산업 육성 없이는 획기적 고용개선이나 국민소득 증가를 기대할 수 없다. 제조업의 뿌리인 소재ㆍ부품은 일자리 창출의 중요한 원천이기 때문이다. 최근 미국 밀켄연구소는 제조업에서 하나의 일자리가 창출될 때마다 다른 분야에서 2.5개의 일자리를 만든다고 발표했다. 이처럼 제조업은 고용창출의 원동력일 뿐 아니라 다른 산업분야의 고용 촉매제 역할을 한다.

제조업의 역량은 ‘R&D-디자인-제조-마케팅-서비스’로 이어지는 가치사슬(value chain) 프로세스로 설명된다. 가치창출의 핵심은 이 프로세스의 앞부분이 ‘제조’를 고리로 프로세스 뒷부분과 알파벳 U자 모양으로 엮어진다. 미소 짓는 모습과 유사하여 ‘스마일커브(Smile Curve)’라 한다. ‘제조’가 커브의 가장 낮은 곳에 있는 구조가 제조업 전체의 진정한 역량인 것이다. 선순환 산업생태계 구조로 프로세스 전방의 소재ㆍ부품 역할을 확대하며 완성품과의 시너지로 경쟁력도 배가시키게 된다. 제대로 된 스마일커브 출현으로 결국 소재ㆍ부품산업의 활력은 밀켄연구소 분석처럼 대량의 일자리창출을 이끌어내게 된다.

얼마 전 정부가 발표했던 제조업 혁신 3.0전략 역시 소재ㆍ부품 4강 도약을 위한 길이다. 선진국을 따라 잡는 추격형에서 이젠 IT를 통한 기존 제조업 혁신과 융합으로 신산업을 창출하는 선도형 시대를 열겠다는 정부의 의지로 해석된다.

최근 인도의 한 벤처기업이 ‘길 찾아주는 스마트 신발’을 출시했다. 블루투스와 GPS가 장착된 신발을 신고 스마트폰 앱을 동기화하면 목적지까지 길을 알려준다. ‘구글 안경’ ‘삼성 기어핏’ ‘애플 워치’ ‘입는 컴퓨팅(웨어러블)기기’에서 이젠 신발까지 혁신 요소가 됐다.

우수한 인재가 소재?부품업계로 몰리고 이들 기량이 최대한 발휘되는 지원정책과 산학연 기술교류 협력 및 창업 리스크 등을 덜어주는 사회적분위기 조성 등도 병행되고 있다.

필자는 청년창업을 지원하는 ‘창업도우미’로 기술기반 창업 성공사례를 만들기 위해 ‘팹랩(Fab Lab)’을 운영 중이다. 레이저 커터, 3D 프린터 등 각종 디지털 장비를 활용해 중소기업이나 창업자 등이 아이디어를 구현하고 시제품을 만들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있다.

정부 계획 중 흥미로운 점은 관련법의 규제 등으로 필드 테스트가 어려웠던 자율주행 자동차, 무인 비행장치 등 융합 신제품들의 시범특구 조성으로 그 길을 열어준다는 것이다. 팹랩과 같은 맥락이다. 이런 리얼프로그램은 새로운 도전에 나서는 스타트업과 취약한 여건의 중소?중견기업 의욕을 크게 북돋아 줄 것이다.

고 산 타이드 인스티튜트 대표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