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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청소년의 역주행 가치관

입력
2014.10.14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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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방정환재단과 연세대 사회발전연구소가 실시한 ‘2014년 한국 어린이ㆍ청소년 행복지수 국제 비교 연구’ 결과에서 ‘행복을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초등학생은 ‘화목한 가정’(43.6%)과 ‘건강’(20.6%)을, 중학생은 ‘화목한 가정’(23.5%)과 ‘성적 향상’(15.4%)을 꼽았다. 반면 고등학생은 ‘돈’(19.2%)을 최우선 조건으로 보았고, 이어 ‘성적 향상’(18.7%), ‘화목한 가정’(17.5%) 순이었다. 2012년 흥사단 투명사회운동본부의 발표에서는 초ㆍ중ㆍ고등학생의 정직지수가 각각 85점, 72점, 67점으로 나타났고, 특히 고등학생의 44%는 ‘10억원이 생긴다면 1년간 감옥행도 무릅쓰겠다’고 답했다.

교육이란 ‘인간행동을 바람직한 쪽으로 변화시키기 위한 계획적인 행동’이다. 그런데 학년이 올라갈수록 화목한 가정보다는 돈이 행복의 우선 조건이라 생각하고, 정직지수가 점점 낮아지는 등 청소년의 가치관이 역주행하는 현상은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청소년을 이렇게 만든 것은 자본적 사회구조, 학교의 미흡한 인성교육, 실종된 가정교육, 사회의 무관심 등 여러 가지이다. 이제부터라도 청소년의 바른 가치관 확립을 위해 학교, 가정, 사회가 삼위일체가 돼 인성교육을 강화해야 한다.

먼저, 학교의 인성교육을 체계화해야 한다. 오래 전부터 지식교육보다 인성교육을 우선해야 한다는 사회적 요구가 제기됐고, 인성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한 많은 정책들이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정책들이 구호에만 그치고 실효를 거두지 못한 이유는 무엇보다 인성교육이 체계화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교과교육은 학년에 따라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인성은 교과와 연계지도 또는 생활지도를 통해 교육하도록 돼 있을 뿐 학년에 따라 무슨 내용을 언제 어떻게 가르쳐야 하는지를 체계화한 교육과정이 없다. 초ㆍ중ㆍ고등학교의 학년에 따라 ‘체계화한 인성교육과정’을 편성하고, 교과교육 및 창의적 체험활동과 연계 운영해야 한다.

다음은 가정교육이 실천 중심으로 이뤄져야 한다. 인성은 대부분 어릴 때 형성되기 때문에 가정교육은 바른 인성에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우리의 가정교육은 실종된 지 오래다. 가정교육을 되찾아야 학교교육과 사회교육도 제 자리를 찾을 수 있다. 탈권위적인 아버지와 사랑으로 따뜻하게 보듬어주는 어머니, 부모를 이해하려는 자녀들의 마음 씀씀이가 어우러져야 자녀의 바른 인성을 기대할 수 있다. 자녀의 인성교육은 가정에서 가족과 소통하기, 가족과 식사하기, 가족과 여가활동하기, 가족 간 가사분담하기 등의 실천을 통해 자연스럽게 이뤄져야 한다.

셋째, 사회의 어른들이 심리적 회복탄력성(Psychological Resilience)의 본보기가 돼야 한다. 심리적 회복탄력성이란 밑바닥에 떨어졌어도 좌절하거나 포기하지 않고 다시 일어나는 능력으로 감정통제력, 충동통제력, 낙관성, 원인분석력, 공감능력, 자기효능감, 적극적 도전성으로 구성돼 있다. 회복탄력성은 긍정적인 사고로 신장되며 개인차가 있다. 이것이 높은 사람은 고난, 역경, 차별 대우 등을 딛고 굳세게 일어설 수 있다. 우리 어른들이 청소년들에게 회복탄력성을 길러줘야 한다.

우리 사회에서 걱정스러운 현상 중 하나는 청소년들의 역주행 가치관으로 인한 도덕불감증, 무책임, 자포자기 등의 이탈행동이다. 학년이 올라갈수록 화목한 가정보다 돈이 행복의 우선 조건이라 생각하고, 어린이ㆍ청소년 행복지수는 6년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최하위를 기록했다. 그러나 물질이 숭배의 대상이 될수록 정신적인 가치는 설 자리를 잃는다. 가정과 학교, 사회가 손을 맞잡고 인성교육을 강화해 지나치게 물질적 가치를 지향하는 청소년의 역주행 가치관을 바꿔줘야 한다.

정종민 성남교육지원청 교수학습국장ㆍ성균관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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