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5곳 중 4곳 꼴로 납품 리베이트, 시신 감싸는 임종보 몰래 재활용까지
중국산 수의를 국산으로 속여 5년간 74억 챙긴 상조회사도 적발
비탄에 젖은 유족을 상대로 바가지를 씌우며 뒷돈을 챙겨온 장례업자들이 무더기로 적발됐다. 부산에선 지역 장례식장의 80% 이상에서 리베이트를 주고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장례복과 영정사진은 물론 떡 한 조각, 돼지고기 한 점에도 검은 뒷돈이 오갔고 그 부담은 고스란히 유족에게 돌아갔다. 인천에선 중국산 수의를 국내산 수의로 속여 팔고 납골당 업체로부터 리베이트를 받은 대형 상조회사가 적발됐다.
부산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14일 장례식 유치와 각종 장의용품 납품과정에서 거액의 리베이트를 주고 받은 혐의로 부산의 모 장례식장 대표 김모(51) 씨와 상조회사 직원, 장의용품 남품업자 등 429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이들은 2012년 1월부터 지난 6월까지 3,536회에 걸쳐 모두 17억6,400만원 상당의 사례비를 주고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또 입관 전에 임시로 시신을 감싸는 임종보를 유족 몰래 재사용한 혐의(사기)로 부산 모 장례식장 대표 우모(33)씨 등 3명도 불구속 입건했다.
조사 결과 장례식장 운영자들은 상조업체 직원들에게, 장의 용품 판매 업자들은 장례식장 운영자에게 서로 돈을 건네는 복마전이 이뤄졌다. 특히 이번에 적발된 장례식장은 모두 49곳으로 부산시에 등록된 60곳의 장례식장 중 무려 81%에 달했다.
장례식장 운영자와 장의업체 직원들은 장례식을 유치한 상조회사 직원에게 20만∼30만원의 사례비를 주고, 봉안당을 소개한 업자에게 안치비용의 20%에서 최대 50%까지 사례비를 건넸다. 또 유골함은 30%, 장의차와 돼지고기는 30%, 영정사진은 50%, 조화는 40% 가량의 사례비를 각각 건넸다. 장례복과 떡은 각각 1벌과 1상자에 1만원씩을 사례비로 책정했다.
매달 소액을 내는 상조회사 회원으로 가입했더라도 계약에 포함되지 않은 장의용품이나 음식에 대해선 추가 비용을 내야 하는데, 이때 상조회사 직원은 장의용품 업자를 소개한 뒤 뒷돈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한편 인천 계양경찰서는 14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등 혐의로 B상조회사 대표 최모(58)씨 등 이 회사 임직원 16명과 신모(52)씨 등 장례지도사 167명, 송모(42)씨 등 18개 납골당업체 임직원 25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최씨 등은 2009년 10월부터 올 4월까지 “기존 360만원짜리 상조상품을 490만원짜리로 전환하면 중국산 수의를 국내산 수의로 바꿔주겠다”고 속인 뒤 실제론 중국산 수의를 제공하며 1만9,000여명으로부터 74억원을 받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최씨 등은 1만8,000원~20만원짜리 중국산 수의를 국내산 안동포, 남해포, 보성포 수의 등으로 재포장해 팔았으며 지역센터장은 상조상품 전환차액의 5%, 장례지도사는 8~15%씩 등을 챙긴 것으로 조사됐다.
최씨 등은 또 2009년 5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납골당 이용자를 유치하는 대가로 872차례에 걸쳐 납골당 업체로부터 분양 대금(300만~1,000만원)의 30~40%를 리베이트로 받아 21억원을 챙긴 혐의도 받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상을 치르느라 경황없는 상주가 장례비용을 일일이 따지지 않는 점을 악용해 업자들간 리베이트를 주고받으면서 장례 비용이 30∼40%가량 부풀려졌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유족들에게 돌아갔다 "고 말했다.
부산=강성명기자 smkang@hk.co.kr
인천=이환직기자 slamh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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