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물수수 혐의로 실형을 확정 받은 전직 금융위원회 간부가 대형 로펌에 금융전문위원으로 취직해 물의를 빚고 있다. 로펌이 금융계의 ‘전관예우’ 수혜를 챙기기 위해 무리수를 뒀다는 지적이다.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김앤장 법률사무소는 지난 1월 금융위에서 은행과장을 지낸 A씨를 금융전문위원으로 영입했다. 대형 로펌에 고문 형식으로 취업하는 전문위원들은 대개 공직생활을 통해 쌓은 인맥을 이용해 소속 로펌이 맡은 송무에 대한 자문의 대가로 월급을 받는다.
문제는 A씨의 경우 통상의 전관처럼 정상 퇴직한 것이 아니라 뇌물수수 사건으로 징역형이 확정된 인물이라는 점이다. A씨는 2012년 8월 저축은행비리 합동수사단으로부터 뇌물수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검찰은 A씨가 2010년에서 이듬해까지 금융위 중소서민금융과장으로 재직하면서 임석 전 솔로몬저축은행 회장으로부터 부정한 청탁과 함께 2,700만원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겼고, 1심은 A씨에게 징역 1년을 선고하고 그를 법정구속했다.
항소심에서 A씨는 고등법원 부장판사 출신의 변호사를 선임해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받았다. 당시 법원 안팎에선 A씨의 감형을 두고 “항소심에서 전관의 힘이 제대로 먹힌 것”이라는 자조적인 비판이 이어졌다.
A씨는 결국 대법원에서 지난해 5월 집행유예 확정 판결을 받았고, 지난 1월 김앤장에 취업했다. 김앤장 관계자는 “A씨 역시 다른 경력 직원과 마찬가지로 회사가 정한 절차에 따라 검증이 이뤄졌다”며 “업무와 상관없는 개인 비리로 결론이 나 입사에는 큰 문제가 없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지방법원 부장 출신으로 중형 로펌에서 일하고 있는 한 변호사는 “A씨의 형이 확정됐다는 소식이 나오자마자 몇몇 대형 로펌이 물밑접촉을 했다는 이야기가 업계에선 파다했다”며 “아무리 변호사업계가 어렵다지만, 유죄 확정 판결을 받은 사람까지 영업수익 때문에 모른 척 영입하는 것은 무리수 중에 무리수로 보인다”고 비판했다.
수도권의 한 법관도 “형사법을 다루는 법률가 집단, 그 중에서도 가장 규모가 크다는 로펌까지 (형사처벌 여부를) 무시하고 영업하는데 작은 로펌들이야 말할 게 있겠냐”며 “(재판) 수임과정이 불투명한 현 상황에선 A씨와 같은 개인비리가 있는 전관들의 영입이 이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재호기자 next88@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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