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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노블레스 오블리주 노출 유감

입력
2014.10.14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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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오쩌둥의 아들 마오안잉은 6ㆍ25전쟁 시기 중국 인민지원군(중공군) 사령관 펑더화이의 러시아어 통역관으로 참전했다가 미군 전투기 폭격에 맞아 전사했다. 그의 유해는 평북 회창군 중공군 열사릉에 안치돼 있다. 마오는 참전한 자식을 둔 중국 인민을 생각해 아들의 시신을 북한 땅에 그대로 둔 것으로 전해진다. 북한 지도부는 매년 이 열사릉을 참배해 북ㆍ중 혈맹과 우위를 다지는 계기로 삼는다.

▦ 6ㆍ25 전쟁 시기 미국은 더했으면 더했지, 덜하지 않았다. 미 8군 사령관인 밴 플리트 장군의 아들은 B-26 폭격기로 야간 폭격을 하고 귀환하다 산화했다. 맥아더, 리지웨이에 이어 유엔군 사령관으로 부임한 마크 클라크 장군의 아들은 중대장으로 격전지인 금화지구 전투를 이끌다 부상해 후유증으로 사망했다. 존 아이젠하워 중령이 대대장으로 전투를 수행할 당시 그의 아버지는 육군 원수 출신의 대통령 후보였고 얼마 뒤 대통령이 됐다. 6ㆍ25전쟁 당시 참전한 미국 장성의 아들만 140여 명이며 35명이 전사 또는 부상했다.

▦ 영국 왕실 후손이나 세계 유수 기업 가운데서도 후계자들이 병역을 거치는 걸 전통으로 삼는 경우가 많다. 우리 토양에서는 그리 흔치 않다 보니 사회지도층 인사나 자녀의 병역 이행 여부는 관심의 대상이다. 쌍용그룹 후계자들이 해병대를 거쳤고, SKC 가계에서도 해병대 출신이 많다. 재벌총수 가운데 아주 드물게도 사병 출신인 구본무 LG그룹 회장이 공석에서 육군 병장 제대 이력을 언급하는 걸 봤다. 폭력이 곧 군기인지라 살아 돌아오는 걸 다행으로 여기던 험한 때였던 만큼 내심 자부심이 있구나 싶었다.

▦ 노태우 전 대통령의 외손녀이자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둘째 딸인 민정씨가 지난달 15일 해군장교 사관후보생으로 입교해 화제가 됐다. 여군으로 함상 생활을 해야 하는 항해병과여서 지원 사실은 물론 입교식도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어제는 해군사관학교 홈페이지에 올라와 있던 그의 사격훈련이 뉴스가 됐다. 노블레스 오블리주(사회지도층의 도덕적 의무) 확산 효과를 내려는 것인지 알 수 없으나, 언론이나 군이 나서서 그의 군 생활을 노출하는 게 마뜩잖다. 개성 강한 신세대의 당찬 도전이 잘 마무리되도록 조용히 놔두는 게 사회의 미래 자산을 키우는 일이 아닐까 싶다.

정진황 논설위원 jhch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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