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도로통행료가 다시 오를 모양이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김상희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이 입수한 문건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11월부터 고속도로 통행료를 4.9% 인상하는 쪽으로 잠정 결론을 냈다고 한다. 기재부도 최종 결정된 사항은 아니라면서도 인상 자체를 부인하지는 않고 있다. 계획대로라면 2011년 11월 2.9% 올린 이후 3년 만의 요금인상이 된다.
국토부나 도로공사의 태도로 볼 때 이번 인상 추진이 새삼스런 건 아니다. 고속도로 노선 노후화와 관리구간 증가로 비용이 늘어나는 반면 통행료 수입은 그대로여서 매년 적자가 쌓이고 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이번 국정감사에서도 김학송 도공 사장은 통행료의 원가보상률이 82% 수준에 불과하고, 부채가 과다해 7% 이상 올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통행료를 포함한 공공요금은 적정한 사유가 있다면 인상할 수 있다. 공기업에게 손실 감수만을 강요하며 무작정 묶어놓아 봐야, 결국 그 부담은 국민에게 돌아간다. 하지만 차량 등을 이용해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서민들에게 큰 영향을 주는 간접세 성격의 통행료 인상은 신중을 기해야 마땅하다. 명분 또한 충분히 수긍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런 점에서 도로공사의 통행료 인상에 공감할 국민이 과연 얼마나 될지 의문이다. 그 동안의 방만경영을 뜯어고치거나, 상습 정체구간에 대한 요금인하 등 개선책은 전혀 내놓지 않은 채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 손쉽게 국민 호주머니만 털어가는 행태라는 비난이 비등하다.
도로공사는 지난해 빚이 무려 26조원에 달했지만, 700억원의 성과급 잔치를 벌였다. 게다가 평균 연봉이 7,280만원이고, 억대 연봉자만 전체 임직원 4,000여명의 5%인 218명이나 된다. 퇴직자에게는 휴게소와 톨게이트 등의 운영권을 수의계약으로 몰아주는 나쁜 행태도 여전히 이어가고 있다. 이런 가운데 빚을 줄인다는 이유로 서울외곽순환도로 등 일부 무료구간의 유효화까지 검토한다니 어이가 없을 따름이다. 고속도로 가운데는 상습정체로 기능을 상실한 구간이 적지 않고, 특히 서울외곽순환도로나 경인고속도로 등은 출퇴근 때 극심한 체증을 빚어 통행료를 받기는커녕 내리거나 없애야 한다는 지적이 높다.
현 정부 들어 공기업 개혁을 강도 높게 추진하고 있지만, 달라진 건 하나도 없다는 게 국민의 인식이다. 통행료 인상이나 무료구간 유료화 요구에 앞서 도로공사가 해야 할 일은 철저한 자기 반성을 통한 경영혁신과 자구노력이다. 천문학적인 빚더미 위에 앉아 고임금과 성과급 잔치를 하며 요금만 인상하겠다는 뻔뻔스런 공기업에게 손쉽게 통행료 인상을 허용해 준다면 정부는 더 이상 공기업 개혁을 입에 올릴 자격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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