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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번 무거운 연극 쓴다고요? "삶이 마냥 밝지만은 않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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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번 무거운 연극 쓴다고요? "삶이 마냥 밝지만은 않잖아요"

입력
2014.10.14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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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연극서 일제 성노예 다뤄, 이번에도 강간ㆍ살인 '낭자'

불편함 뒤 묵직한 울림 매력적, 영역 넓혀 오페라도 준비

올해로 데뷔 10년을 맞은 극작가가 새삼스레 다시 대중의 관심을 받고 있다. 지난달 ‘만파식적 도난 사건의 전말’로 국립극단 ‘삼국유사 연극 만발’ 시리즈의 선봉에 선 데 이어 복수극 ‘이혈’을 대학로 무대에 올렸다. 데뷔작 ‘가족의 왈츠’ 역시 9년 만에 재연에 들어갔다. 10년간 쌓은 내공을 마음껏 분출 중인 주인공은 올 여름 개봉한 영화 ‘해무’의 원작자, 김민정 작가다. 최근 서울 종로구 예술공간 SM에서 그를 만났다.

“공교롭게 최근에 작품이 몰렸는데, ‘해무’때문은 아니에요.”

처음부터 얄팍한 질문을 던졌다. 최근 연극판에 갑작스레 늘어난 그의 작품들이 영화 ‘해무’의 후광 덕분 아니냐는 질문에 그는 “원래 봄과 가을이 공연을 올리기 좋은 시기다 보니 의도치 않게 9월에 연달아 작품이 개막했다”고 답했다. “국립극단으로부터 ‘만파식적 도난 사건의 전말’ 집필을 제안 받은 시점은 2년 전으로, 영화와는 무관하다”며 “연극 홍보에 ‘해무 원작자’라는 문구가 들어가서 유독 그렇게 비치는 것 같다”고 말하며 웃었다.

그의 말처럼 최근 그가 연극 팬들에게 많은 관심을 받는 이유 중의 하나는 분명 영화 ‘해무’의 영향력 때문이다. 하지만 김민정이라는 이름만 보고 극장을 찾은 관객이라도, 연극이 끝난 후에는 그의 작품이 주는 묵직한 울림에 매료되곤 한다.

타고난 이야기꾼으로 평가 받는 김 작가는 주로 인간의 추악한 본성과 사회의 구조적 모순을 엮어 우리 사회의 불편한 이면을 들춰낸다. 최근작 ‘이혈’역시 일본군의 강제 성노예(종군위안부)를 중심 소재로 한국과 일본의 얽히고설킨 근현대사의 비극을 다뤘다. 여기에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방법으로 복수극을 택해 살인, 강간, 패륜 등 인간이 행할 수 있는 가장 잔인한 범죄를 가미했다. 자연히 메시지는 묵직하고 분위기는 어두울 수밖에 없다.

그동안 발표한 작품을 봐도 그는 확실히 가벼운 연극보다 무거운 연극을 선호하는 듯하다. ‘가족의 왈츠’에서는 가정의 파국을, ‘미리내’에서는 한 마을의 파멸을, ‘해무’에서는 자본에 짓밟힌 인간성을 그렸다.

그는 “사회적인 문제를 접하게 되면 ‘도대체 왜 이런 일이 발생한 거지’라는 생각이 자꾸 드는데, 그럴 때마다 ‘사람들의 삶이 마냥 밝지만은 않다’는 결론에 도달한다”며 “성노예 문제도 10년 전부터 생각해왔던 소재인데, 해방 후 50년이 지나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많이 답답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개인적으로 코미디가 더 고품격이라고 생각하는데, 이상하게 ‘코미디를 써야지’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며 웃었다.

연달아 세 편을 무대에 올린 만큼 잠시 숨을 골라도 될 법하지만, 그는 벌써 내년 작품을 준비 중이다. 3월에 ‘해무’가 다시 무대에 오르고, 제주 해녀를 소재로 한 새 작품도 쓰고 있다. 또 한국문화예술진흥원에서 지원하는 뮤지컬ㆍ오페라 아카데미에서 강의를 들으며 음악극까지 준비하고 있다. 그는 “아마도 오페라 대본을 한 편 쓸 것 같다”며 “극작가와 작곡가들이 협연하는 무대를 꾸며 기초예술 활성화에 미약하나마 힘을 보태고 싶다”고 말했다.

박주희기자 jxp938@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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