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죽여달라” 지인 부탁 받고 살인한 40대 징역 2년 6월
지병에 시달리던 30년 지기 동네 이웃으로부터 “나를 죽여달라”는 부탁을 받고 실행에 옮긴 40대 여성이 실형을 선고 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4부(부장 김용관)는 촉탁살인 혐의로 기소된 이모(46)씨에게 징역 2년6월을 선고했다고 14일 밝혔다.
이씨는 30년 간 같은 동네에서 살면서 자신이 정신질환으로 투병 중일 때 도움을 줬던 A(53)씨로부터 지난 7월 충격적인 부탁을 받았다. 층간 소음으로 인한 스트레스와 함께 병명을 알 수 없는 소화불량과 수면 장애, 폐렴 등으로 극심한 고통을 호소하던 A씨가 이씨에게 “내가 수면제를 먹고 잠이 들면 나를 죽여 달라”고 청한 것이다.
결국 지난 8월 두 사람은 서울의 모 호텔에 방을 잡았고 A씨는 계획대로 수면제 8알과 함께 술을 마시고 잠들었다. 하지만 이씨는 살인을 실행에 옮기지 못했고 깨어난 A씨로부터 “너는 왜 나를 보내지 않았니. 왜 약속대로 하지 않았냐”며 원망을 들어야 했다. 다시 시도하기로 한 두 사람은 이틀 후 같은 호텔에 다시 방을 잡았고 이씨는 술과 함께 20알의 수면제를 먹고 잠든 A씨의 얼굴을 베개로 눌러 숨지게 했다.
재판부는 “A씨가 생전에 고통이 너무 커서 죽음을 간절히 원했고 이를 거절할 수 없었다고 주장하나 이씨가 부탁을 거부함으로써 범행에 이르지 않을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이어 “이러한 결과가 진실로 고인을 위한 것이었는지, 그에 관한 진지한 고민이 있었는지 의문스럽다”고 덧붙였다. 다만 재판부는 A씨가 생전에 지병으로 고통을 받아왔고 갑상선 암으로 치료약을 복용 중인 이씨의 건강상태 등을 참작해 이씨의 형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조원일기자 callme1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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