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그룹 “원전 내 건설이 현실적”…고민 깊어지는 공론화위원회
국내 원자력 학계를 대표하는 한국원자력학회가 원자력발전소에서 전기를 생산하는데 쓰이고 남은 연료(사용후핵연료)를 최종 처분하기 전 장기간 보관해둘 수 있는 중간저장 시설이 별도로 필요하다는 공식 견해를 밝혔다.
원자력학회는 14일 “사용후핵연료공론화위원회로부터 접수한 ‘사용후핵연료 공론화 주요 현안에 대한 의견 요청’에 대해 내부 회의를 거쳐 수렴한 의견을 정리해 공론화위에 제출했다”고 발표했다. 정리한 의견서에서 학회는 “최종 영구 처분까지는 연구개발과 시설 확보 등에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그 전까지 중간저장 방식이 필요하며, 중간저장 시설은 원전 부지 외부에 지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공론화위가 지질과 재료, 원자력, 경제사회, 법 등 관련 분야 15명의 전문가로 구성한 전문가검토그룹이 지난 8월 공론회위에 제출한 ‘사용후핵연료 관리방안에 관한 이슈 및 검토의견서’의 내용과 상반돼 논란이 예상된다. 당시 제출된 전문가그룹의 의견서에는 “원전 부지 외부에 저장시설을 건설하려면 신규 원전 건설에 준하는 주민 의견 수렴, 인허가 절차 등의 부지 선정 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에 기존 원전 부지 내에 짓는 게 실현 가능성이 높다”는 견해가 담겨 있다.
원전 부지 내 중간저장 시설 설치에 대해 원자력학회는 이번 의견서를 통해 ▦안전상의 문제 ▦관리주체 독립의 문제 ▦원전 운영허가 만료 후 저장 불가 문제 등을 이유로 반대 의사를 명확히 했다. 두 전문가 단체가 중간저장 시설의 필요성에는 공감했지만, 이를 기존 원전 부지 안에 짓느냐 다른 지역에 짓느냐를 두고 상반된 견해를 펴고 있는 것이다.
다만 원자력학회는 의견서에서 “국내 중간저장과 최종 처분의 부담을 감소시키는 관점에서 해외 위탁 재처리를 검토해볼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을 함께 내놓았다. 사용후핵연료의 부피를 줄이고 일부를 원전에 다시 사용하는(재처리) 기술을 가진 나라에 일정 비용을 지불하고 재처리를 해오는 방법이다. 하지만 이 역시 최종 쓰레기는 국내로 다시 가져와야 하기 때문에 미봉책에 그친다.
공론회위는 이 두 단체를 비롯한 각계의 의견을 수렴해 올해 안에 사용후핵연료 관리를 위한 로드맵을 정부에 제시한다는 계획이다. 공론화위가 어느 쪽의 손을 들든지 논란의 여지는 있다. 중간저장 시설을 원전 부지 안에 짓는 쪽으로 로드맵이 나온다면 기존 원전 지역 주민들은 안전성 악화를 이유로 거세게 반발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대로 원전 부지 밖에 짓겠다고 하면 부지 선정을 둘러싸고 다시 한 번 극심한 사회 갈등이 야기될 수 있다. 사용후핵연료는 방사능 방출량이 많은 고준위 폐기물이라 상대적으로 방출량이 적은 중ㆍ저준위 폐기물을 넣는 경주 방사성폐기물처분장과는 또 다른 시설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조성경(명지대 교수) 공론화위 대변인은 “아직 결정된 바는 아무 것도 없다”며 “여러 의견을 종합해 최선의 방안을 찾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현재 국내 원전에서 나오는 사용후핵연료는 원전 부지 내 대형 수조처럼 생긴 임시저장 시설에 보관돼 있는데, 2016년이면 이 공간이 꽉 찬다. 연료 간 간격을 절반 가까이 줄인다 해도 2024년이면 다시 포화된다. 꺼내 다시 쓰든(재처리, 재활용), 다른 저장공간(중간저장 시설)을 확보하든, 버리든(영구 처분) 서둘러 방법을 찾아야 한다. 공론화위는 이 문제를 공개적으로 논의하기 위해 지난해 출범했다.
임소형기자 preca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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