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이근화의 길 위의 이야기] 전단지와 낙엽

입력
2014.10.14 16:15
0 0

전단지 스트레스가 있다. 시도 때도 없이 출입문 여기저기 붙여 놓고 끼워 놓고 뿌리고 간다. 주로 치킨집, 중국집, 도시락 배달 같은 것들이다. 뜯어서 버리는 것도 귀찮고 그대로 붙여두는 것도 지저분하다. 과장된 음식 사진을 보면 식욕이 떨어진다. 매일 스팸 메일을 삭제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일 년치로 환산해서 통계로 제시하는 뉴스를 접한 적이 있는데 전단지 떼어 버리기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버려지는 종이도 아깝고 떼버리기도 귀찮고 반복되다 보면 신경질이 난다.

그런데 아이들은 그렇지 않다. 중국음식점 스티커를 보고 엄마 오늘 저녁 참고해, 한다. 알록달록해서 좋다며 종이접기를 한다. 비행기도 되고 딱지도 된다. 더 어렸을 때는 피자를 보고 시계라고 우겨댔다. 오늘 저녁은 치킨빵이 어떨까, 하기도 했다. 길거리에 떨어진 낙엽처럼 전단지 자체가 예쁘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지하철 출구에서 광고지를 나눠주는 아줌마들, 자전거를 타고 다니며 찌라시를 뿌리는 젊은이들, 주차된 차에 명함을 부지런히 꽂고 다니는 늙수그레한 아저씨들, 전동차에서 일수 광고지를 몰래 붙이고 황급히 자리를 뜨는 할아버지들을 보면 전단지보다 전단지를 돌리는 사람들을 보게 된다. 그들의 고단한 삶에는 광고가 부족하다. 그들의 허름한 차림새와 무표정한 얼굴에는 광택이 없다. 시인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