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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년의 축구스타들, 인도로 향한 까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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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년의 축구스타들, 인도로 향한 까닭은?

입력
2014.10.14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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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비드 트레제게. 한국일보 자료사진
다비드 트레제게. 한국일보 자료사진

이탈리아 축구 전설 알레산드로 델 피에로(40), 아스날의 전성기를 함께 한 프레드릭 융베리(37), 프랑스의 '아트사커'를 함께 완성한 다비드 트레제게(37).

세계 축구계를 호령했던 왕년의 축구 스타들이 12억 인구의 대국 인도 땅에 모였다. 인도의 새 프로축구 리그인 '인도 슈퍼리그'(Indian Super League·ISL)가 출범하면서다. 축구팬이 아니더라도 한 번쯤은 들어 봤을 이 추억의 축구 스타들은 왜 인도 리그를 택했을까?

● '축구 변방 중 변방' 인도에 쏠린 시선

인도는 축구 변방 중에서도 변방이다. 10월 국제축구연맹(FIFA)랭킹은 158위. 'I리그'로 불려 온 자국 프로리그에서 우승을 했다 하더라도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에 나가려면 플레이오프를 거쳐야 한다. 바꿔 말해 온전한 1장의 본선 진출 티켓도 확보하지 못한 리그라는 의미다. 심지어 수도인 뉴델리를 연고로 한 프로축구팀조차 없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 전 세계 축구계는 '인도 축구의 화려한 변신'에 주목하고 있다. 시선을 이끈 방법은 단순하면서도 확실하다. 외형의 확대다. 이는 공격적인 투자와 현실적인 마케팅 전략이 한 몫 했다.

ISL 출범은 기존의 I리그와는 체질이 다른 프로축구 리그를 만들자는 목표 아래 이뤄졌다. 언론 재벌 루퍼트 머독(83)이 최대 주주로 있는 21세기 폭스사 소유의 '스타 인디아', 빌게이츠와 대적 할 인도 최고 자산가인 무케시 암바니(57) 소유의 '릴라이언스 인더스트리'가 공동 투자에 나섰다. 여기에 인도 최대 이륜차기업 ‘히어로모터스그룹’이 슈퍼리그의 메인 스폰서로 참여한다.

마케팅 전략도 차별화했다. 전성기의 스타들은 아무리 돈을 들여도 쉽게 끌어들일 수 없다고 판단, 은퇴를 했거나 은퇴를 앞둔 스타 선수들을 영입하는 전략을 짰다. 일종의 '맞춤형 스타마케팅'이다. 이는 1970년대를 전후해 펠레, 베켄바워, 게르트 뮐러 등을 불러 출범 초반 축구 붐을 조성했던 북미 프로축구 NASL(North American Soccer League·현 Major League Soccer의 전신)와 비슷한 전략이다.

알레산드로 델 피에로. AP 연합뉴스
알레산드로 델 피에로. AP 연합뉴스

● 왕년의 스타들은 왜 인도리그를 택했나

이 같은 ISL의 전략은 일단 성공했다. 델 피에로는 델리 나이나모스에, 트레제게는 푸네 시티에, 융베리와 니콜라 아넬카(35)는 몸바이시티에 둥지를 텄고, 이들의 선택은 전 세계 축구팬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그렇다면 이들은 왜 낯선 인도 땅에 발을 들였을까. 그들이 투자한 거액의 돈도 한 몫 했을 것으로 보이지만, 리그의 발전 가능성과 자신들의 체력을 생각하면 이만큼 매력적인 팀을 찾기도 쉽지 않다.

우선 인도 땅에서 축구가 성장할 수 있는 잠재력은 무궁무진하다는 평가다. 인도는 지구상에서 두 번째로 많은 12억 여명의 인구 수를 자랑하지만, 대중화 된 프로스포츠는 크리켓뿐이다. 물론 크리켓의 인기가 워낙 뜨겁고 저변이 넓어 그 인기를 넘어서기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인구 대비 놀거리'와 고조된 축구 열기 등을 따져보면 축구가 자리잡을 수 있는 가능성은 충분하다. 13일(한국시간) 인도 콜카타의 솔트레이크 스타디움에서 열린 ISL 개막전에 무려 6만8,000여 명의 관중이 몰렸다는 점도 그 가능성을 입증할 만한 근거다.

ISL이 진행되는 기간이 3개월뿐이라는 점과 아직 성적에 대한 부담이 적다는 점도 노장 선수들에게는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이제 막 개막한 ISL은 오는 12월이면 막을 내린다. 체력이 예전 같지 않은 '왕년의 스타'들이 보통 8~9개월간 펼쳐지는 타국 리그에 비해 부담 없이 자신의 플레이를 펼칠 수 있고, 아직 첫 시즌이라는 점에서 성적에 대한 부담감도 상대적으로 적다.

박주영(29·알샤밥)이 새 둥지를 찾지 못해 전전긍긍 하는 기간 동안 많은 축구전문가들이 "인도 리그로 눈을 돌려보라"고 조언한 이유도 이 같은 이유 때문이다.

프레드릭 융베리. AP 연합뉴스
프레드릭 융베리. AP 연합뉴스

● ISL의 움직임, K리그에 미치는 영향은?

인도 자본의 본격적인 투자와 이에 따른 스타의 아시아 유입은 분명 '아시아의 축구판이 커진다'는 관점에서 반길 만 한 일이다. 하지만 K리그 입장에서는 분명 긴장해야 할 현상이기도 하다. 특히 '아시아 시장 내 선수 유출'에 대한 고민은 더욱 깊어질 수밖에 없다.

2002년 월드컵 이후 한국 선수들의 해외 진출은 눈에 띄게 늘었다. 주로 유럽 무대로 향했기에 대체로 반기는 분위기였다. 선수 개인의 성공은 물론, 이들의 경험이 한국 축구의 전체의 발전에 기여할 것이라는 논리에서다.

하지만 최근의 해외진출 동향을 살펴보면, 선수들은 철저히 몸값을 따라간다. 비슷하거나 낮은 수준의 AFC회원국 내에서의 이적이 많아지고 있다. 일본, 중국 무대는 물론 최근에는 한국의 간판 공격수인 이근호와 박주영까지 중동 무대에 발을 들였다.

이 같은 상황에서 ISL가 본격 투자에 나서 K리그 유망주나 스타급 선수들이 인도 무대로까지 발길을 돌린다면 K리그 활성화에는 더 큰 악재가 될 수 있다.

실제로 출범 직전인 지난 여름 이적시장 때 인도 슈퍼리그에서는 복수의 에이전트를 통해 한국 선수들에게 러브콜을 보냈고, 결국 일본 J2리그 FC기후에서 뛰던 도동현(21)과 마쓰모토 야마가FC에서 뛰던 박광일(23)이 각각 노스이스트유나이티드와 푼시티 유니폼을 입었다.

당장 K리그 구단들이 경제적 규모를 키워 해외로 나가겠다는 선수들을 다 잡을 수는 없겠지만, 아시아권 리그에 진출했을 때보다 더 배우고 성장해 보다 나은 규모와 환경의 리그로 진출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는 등 다양한 고민이 필요하다.

김형준기자 mediabo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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