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고마비(天高馬肥)의 계절, 가을입니다. 하늘은 높고 마(馬)는 살찔 지라도 우리가 흔히 ‘마통’이라 부르는 마이너스 통장의 잔고는 더 이상 깊어지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사실 은행 입장에서는 마이너스 통장의 잔고가 줄어 대출이자를 더 많이 받게 되면 그만큼 수익이 확보됩니다. 하지만 금융소비자는 늘어난 채무만큼 이자비용이 증가하게 되는 결과를 맞게 되죠.
일반적으로 편하게 부르는 ‘마이너스 통장’의 정식 명칭은 ‘종합통장자동대출’ 입니다. 별도의 통장을 만들 필요 없이 기존에 쓰고 있는 계좌에서 (-)음수 표시를 하여 잔고를 표현해 주기에, ‘마이너스 통장’이란 별칭이 생긴 것이죠. 이 ‘마이너스 통장’은 한꺼번에 목돈을 대출 받을 때 보다 금리가 1%포인트 정도 더 높은 게 일반적입니다. 일반대출 보다 금리가 높은 이유는 일종의 기회비용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은행입장에서는 고객이 언제 인출을 할지 모르니 항상 해당자금을 다른 곳에 쓰지 못하고 준비해야 하니까요. 물론 종합통장자동대출의 경우, 일반대출에서 발생하는 ‘조기상환수수료’는 없습니다.
종합통장자동대출의 장점은 한 번 약정하면 만기까지 은행을 다시 방문할 필요 없이 대출을 계속 쓸 수 있다는 겁니다. 입금해서 마이너스 잔고를 일부 혹은 전부 채워 넣으면 자동으로 상환이 되는 것이고, 대출이자는 쓴 기간만큼 정산해서 정해진 날 출금이 됩니다. 결국 마이너스 통장(마통)을 약정하고서도 계속 (+)잔고를 유지한다면 대출이자 부담은 없는 셈이죠. 물론 기업대출의 경우 ‘약정한도 미사용 수수료’를 받는 경우도 없진 않지만 이는 엄밀히 말해 대출이자가 아닌 수수료 개념이니까 얘기가 좀 다릅니다.
이처럼 쓴 금액만큼, 또 사용한 기간만큼 대출이자를 1일 계산 하는 마통, 즉 종합통장자동대출에는 어떤 비밀이 숨어 있을까요.
첫째, 약정액을 안 쓰더라도 전체 금액을 발생한 대출로 봅니다. 즉 은행연합회 부채정보시스템에는 약정금액 전체를 대출로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난다는 얘기이죠. 사실 언제라도 인출할 수 있기에 그렇게 보는 것이 일견 타당해 보이긴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용한도 산정에는 영향을 주고 있으니 이 사실 꼭 기억하셔야 합니다.
둘째, 약정이자 계산의 최소일수는 1일입니다. 즉 아침에 마이너스였다가 오후에 플러스 상태로 잔고를 조정한다 할 지라도 하루치 대출이자는 납부해야 합니다. 원래 이자계산은 매일의 마감잔액을 기준으로 합니다. 다만, 하루 중 최고잔액이 개시 및 마감잔액보다 클 때에는 개시잔액과 마감잔액 중 큰 금액을 최고잔액에서 차감하고 그 차액을 마감잔액에 가산한 금액으로 한다는 점만 유의하시면 되요.
셋째, 대출이자도 복리(?)로 계산됩니다. 이 얘기는 뭐냐 하면 만약 현재 마이너스 잔고가 300만원이고 이자율이 연12%라고 하면 월 단위로 정산할 때 1%인 3만원의 대출이자가 발생합니다. 해당일에 이자비용이 출금되고 나면 마이너스 잔고는 303만원이 되고 추가적인 입출금이 없다면 다음달 계산 때는 당초 마이너스 잔고에 대출이자까지 합한 금액에 다시 대출이자율을 곱하게 되는 것이죠.
‘마통’을 잘 활용하면 며칠 사이의 수입, 지출 불일치로 골치 아파했던 고민을 한방에 날려 버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통장을 별도로 개설하지 않고도 기존에 자신이 쓰고 있던 생활비 통장에 그대로 약정을 하다 보니 마치 애초부터 자신의 잔고처럼 생각하고 쓰게 되어 자칫 방심하는 순간 약정 한도 수준까지 차 버리게 되죠. 자신의 현금흐름을 명확히 이해하고 지출을 관리하는 습관이 무엇보다 중요하답니다. 마통, 제대로 알고 잘 활용합시다.
한승우ㆍKB국민은행 강남스타PB센터 팀장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