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발 경기침체·달러 강세에 이달 外人 자금 1조6000억 빠져
美 양적완화 종료 땐 이탈 가속화, 수출기업 실적 쇼크 하락 부채질
증시가 3년 간의 긴 박스권(1,800~2,050)을 뚫고 거침없는 상승세를 이어가던 7월말. 정작 증시를 떠받쳐야 할 기업들의 실적은 우울했다.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쇼크가 본격화하기 시작했고, 자동차 조선 등 주력 업종 기업의 실적도 쇼크에 가까웠다.
당시 주가를 끌어올린 건 이른바 ‘최경환 효과’였다. 배당 확대, 돈 풀기 등 화끈한 부양책은 외국인 투자자들의 ‘바이 코리아(Buy Korea)’를 부채질했다. 시장 일각에선 심지어 코스피지수가 2,200선까지 돌파하며 역대 최고치 기록(2,228.96)을 갈아치울 수 있다는 기대감까지 무르익었을 정도다. 기업 실적 부진마저도 덮어버릴 수 있을 만큼 ‘최경환 효과’ 혹은 ‘초이노믹스 효과’가 막강했다는 얘기다.
하지만 두 달이 조금 더 지난 지금, 거품은 확 걷혀버린 모습이다. 13일 코스피지수는 1,920선이 붕괴된 채 개장했다가 장 후반 조금씩 만회하며 1,927.21에 마감했다.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취임하기 직전(7월14일) 1,993.88보다도 훨씬 더 떨어졌다. 박스권 위에서 웃돌았던 것은 불과 한달 남짓. 이 달 들어서는 단 하루를 빼놓고는 지수가 가파른 하락세를 이어가는 모습이다. 그간 코스피지수에 비해 상대적으로 선방해 왔던 코스닥지수 역시 이날 3.89% 급락하면서 534.31까지 미끄러졌다. 1년 3개월 만에 가장 큰 낙폭이다.
지금 지수 하락을 주도하고 있는 건 유럽발 경기침체 우려와 달러 강세에 따른 외국인 자금이탈이다. 이달 들어서만 유가증권시장에서 빠져나간 외국인 자금이 1조6,231억원에 달한다. 정부의 경기부양책 만으로는 대외변수에 대응하는 것이 한계가 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최경환 효과’가 걷히면서 기업들의 실적 악화도 주가 하락에 기름을 붓는 요인이 되고 있다. 3분기 영업이익이 4조원을 가까스로 넘긴 삼성전자는 이날 장중 한때 107만원대까지 떨어지며 이제 100만원 선까지 위협받는 처지가 됐고, 현대차 주가 역시 3년여만에 최저치까지 추락한 상태다. 김필규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글로벌 경기침체라는 대외변수와 국내 기업들의 실적 악화가 맞물리면서 주가 하락을 부추기고 있다”며 “게다가 환율에 민감한 국내 수출기업들의 실적 악화까지 겹쳐있다”고 말했다.
하반기 국내 증시 전망도 밝지 않다. 온통 하락 요인만 눈에 띨 뿐 상승 요인은 찾아보기 힘들 정도다. 허재환 KDB대우증권 수석연구원은 “글로벌 경기회복이 더디고, 미국의 양적완화 종료로 안전자산 선호현상이 더 심화할 것”이라며 “국내 기업들의 실적이 악화되고 가계부채도 늘어나면서 사실상 국내 역시 투자여력이 없는 상황이어서 하반기 지수가 1,850선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박소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도 “이달 말 미국이 양적완화를 종료하면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 자금이탈은 더 가속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물론 증시 반등에 대한 기대도 여전히 남아있기는 하다. 특히 내년 초쯤에는 지수가 회복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임노중 아이엠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정부가 내년 예산을 확대 편성하는 등 경기부양 의지가 강한 만큼 정책 효과가 나타나면 증시가 다시 안정을 되찾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강지원기자 styl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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