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가곡에 한글ㆍ독도 노랫말 붙여
교회 찾는 초등생에 매주 교육봉사
영문학ㆍ성악 교수들에 감수도 철저
"외국인용 스마트폰 앱 만들고 싶어"

“Nutritious bibimbab rice mixed with veggies…(야채가 듬뿍 들어간 영양 많은 비빔밥…)”
13일 서울 종로문화체육센터 피아노실에서 조금 특이한 노래가 흘러나왔다. 멜로디는 귀에 익은 슈베르트의 유명한 가곡 ‘들장미’인데, 가사는 비빔밥과 잡채 등 한국 음식을 소개하는 영어 노랫말이었다. 이 영어 동요 연주자는 김숙현(70) 전 한세대(미디영상학부) 교수. 2009년 정년 퇴임한 그는 짬짬이 어린이 영어동요를 만들어 매주 토요일 서울 덕수교회에서 30여명의 어린이들에게 가르치고 있다. 그는 “초등학교 학생들이 금방 영어가사를 외워 노래를 부르는데 부모님들도 대만족이다”고 했다.
그가 지난해 말부터 만들기 시작한 영어 노랫말 동요는 30곡에 이른다. 이탈리아 가곡 ‘산타루치아’에는 태권도의 우수성을 알리는 노랫말을 붙였고, ‘석별의 정’으로 잘 알려진 스코틀랜드 민요 ‘올드 랭 자인’에는 동해와 독도가 대한민국의 고유 영토라는 내용을 담았다. 이외에 금속활자, 한글, 한옥, 성곽 등 우리나라 역사와 문화를 영어 가사를 통해 자연스럽게 습득할 수 있도록 했다.
김 전 교수는 노랫말 하나를 만들기 위해 A4용지 20여장에 꼼꼼히 정보를 수집할 정도로 심혈을 기울인다. 저작권 문제 때문에 아무 동요에나 가사를 붙일 수 없어서다. 그는 “더 좋은 곡에 좋은 노랫말을 붙일 수 있는데 안타깝다”며 “비영리적인 활동인 만큼 작곡가들이 저작권을 좀 양보해 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며 웃는다.
그가 영어 동요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퇴임 후 영어 강사 봉사활동을 시작한 2012년부터다. 특히 탈북자들에게 영어를 가르쳤는데, 북한 사람들도 생일 축하노래인 ‘Happy Birthday To you’를 알고 있는데 놀랐다고 한다.
“영어와 한국문화를 동시에 가르치는데 노래가 가장 효과적이란 걸 알았습니다.”
이화여대 영문학과 출신인 김 전 교수는 졸업 후 14년간 영자신문인 코리아헤럴드에서 기자 활동을 했고, 대학에서도 주로 문화 커뮤니케이션, 선교ㆍ문화커뮤니케이션 등을 가르칠 정도로 영어와 한국사, 문화에 조예가 깊다. 하지만 영문학에 정통했다고 해서 검증도 하지 않고 바로 어린이들에게 가르친 것은 아니다. 먼저, 영어 노랫말을 만들면 동료 영문학 교수, 성악 전공 교사와 작ㆍ편곡 교수, 성악 교수가 영문법과 표현, 음정, 박자까지 철저하게 감수했다. 김 전 교수는 “세 차례 검증 및 수정 작업을 거치기 때문에 문법이나 표현에 있어 거의 완벽하다”고 자신했다.
그는 “흥얼거리면서 자연스럽게 우리의 문화와 역사를 배울 수 있도록 영어 동요가 더 널리 보급됐으면 좋겠다”며 “앞으로 스마트폰 앱이나 CD로 제작해 외국인들에게까지 체계적으로 보급하고 싶다”고 말했다.
글ㆍ사진=강주형기자 cubi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