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놈이다.” 3일 낮 12시쯤 서울지하철 3호선 홍제역 인근 버스정류장. 당직근무를 마치고 귀가하려던 서울 서대문경찰서 강력 6팀 김현식(36) 형사는 자신의 옆에 선 남성이 두 달 전 놓친 사우나 상습절도범 유모(39)씨라는 것을 직감했다.
체구뿐 아니라 빨간색과 검은색이 들어간 체크무늬 셔츠와 청바지, 흰색 운동화…. 김 형사가 8월 15일 오전 6시 홍제동 찜질방 폐쇄회로(CC)TV 영상에서 확인한 지갑 절도사건 용의자 모습 그대로였다. 당시 김 형사를 비롯한 경찰은 이 찜질방에서 현금 82만원과 신용카드가 들어있는 지갑을 도난 당했다는 신고를 받고 범행 장소 주변 CCTV 50여대로 용의자의 인상착의를 확인해 뒤를 쫓았지만 잡지 못했다.
김 형사는 곧바로 유씨를 인근 파출소로 임의동행해 범행 일체에 대한 자백을 받아낸 후 긴급체포했다. 김 형사는 “수십 개의 CCTV에서 확인된 범인의 인상착의가 잊혀지지 않아 검거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조사결과 유씨는 이날 추가범행을 위해 홍제동의 다른 사우나로 가려다 두 달 전 범행 때와 같은 옷을 입은 탓에 덜미를 잡혔다. 유씨는 “신용불량자인 데다 이혼 후 홀로 지내며 쪽방촌을 전전하다 생활고를 견디지 못해 범행을 저질렀다”고 경찰에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대문서는 올해 3~8월 새벽시간 강동구 종로구 서대문구 성북구 일대 사우나에 손님인 척 들어가 7회에 걸쳐 자고 있는 사람들의 주머니나 머리맡에 놓인 휴대폰, 현금 등 700만원 상당의 금품을 훔친 혐의로 유모씨를 구속했다고 13일 밝혔다. 경찰은 유씨의 여죄에 대해서도 수사 중이다.
김관진기자 spiri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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