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생의 비밀ㆍ기억 상실ㆍ살인 등
자극적인 억지 설정 총동원
최종회 시청률 35% 기록했지만
작품성 못 갖추면 방송가서도 외면
MBC 주말극 ‘왔다! 장보리’가 ‘막장’ 코드를 답습한 채 12일 막을 내렸다. 화상으로 손이 펴지지 않는 장애를 입은 연민정(이유리)과, 그런 연민정을 구하려다 실신해 기억상실증에 걸린 친모 도혜옥(황영희)의 스토리는 그간의 막장 드라마에서 보아온 도식화한 그림이었다.
막장 드라마의 결말에는 흔히 정신이상증과 기억상실증이 동원된다. MBC 일일극 ‘빛나는 로맨스’에서는 김애숙(이휘향)과 장채리(조안) 모녀가 각각 정신이상자와 정신지체장애를 겪었고 KBS 아침극 ‘TV소설 은희’에서는 ‘악의 축’ 차석구(박찬환)가 정신병원에 입원해 눈을 맞으며 춤 추는 장면이 나왔다. KBS 일일극 ‘루비반지’는 정루비(이소연)가 정신이상자가 되는 소름 돋는 결말을 보여주었다. 막장 드라마가 악인들이 자살하거나 사고사 또는 신체장애 등을 겪으며 벌을 받는 것으로 끝나는 경우도 많다.
‘왔다! 장보리’는 이 같은 막장 요소들을 총집결한 드라마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등장 인물의 출생 비밀과 자신의 현재 자리를 지키기 위해 살인마저 서슴지 않는 인화(김혜옥)와 연민정 등이 악녀로 등장한다. 게다가 스토리를 이중구조로 짜 자극에 자극을 더했다.
물론 출생의 비밀과 악녀의 등장만으로 막장이라고 하는 것은 아니다. ‘왔다! 장보리’에는 살인이나 살인교사가 아무렇게 않게 등장하고 폭행, 납치, 감금 등도 흔하게 나온다. 인화가 침선장의 대를 물려받기 위해 아주버니와 손위동서의 살인을 교사하고 연민정이 자신의 과거를 폭로할까 두려워 문지상(성혁)을 살인하려는 장면은 누가 보아도 지나치다. 자신들의 잘못이 들통날까 봐 목격자를 협박하고 그것도 모자라 폐쇄회로(CC)TV를 찾아 증거를 인멸하는 모습 등도 경악스럽다. 시청률을 올리기 위해 억지스러운 자극을 동원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MBC나 ‘왔다! 장보리’의 제작진은 “막장 드라마가 아닌 가족드라마”라고 주장했다.
‘왔다! 장보리’는 시청률이 30%(이하 닐슨코리아 제공)를 넘었으며 마지막회는 35%를 기록했다. 시청률로만 보면 올해 방송된 드라마 중 가장 성공한 것으로 꼽힌다. 그러나 아무리 시청률이 높아도 막장으로 논란이 된 드라마는 찬밥 대접을 받는다. 9월 열린 2014 한국방송대상 시상식에서 올해 최고의 히트작으로 기록된 KBS 주말극 ‘왕가네 식구들’과, 역사 왜곡으로 논란을 빚은 MBC ‘기황후’가 후보에조차 오르지 못한 것은 주목할 만 하다. 한 방송 관계자는 “KBS ‘정도전’(2014), SBS ‘뿌리깊은 나무’(2012), KBS ‘추노’(2010) 등 최근 한국방송대상을 받은 드라마들은 시청률뿐 아니라 작품성까지 갖췄다는 평가를 받았다”며 “방송사들의 모임인 한국방송협회가 주최하는 시상식인데도 막장 논란에 휩싸였던 드라마는 명함도 못 내미는 것”이라고 말했다.
강은영기자 kis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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