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저작권침해 판단 원고 일부 승소
미국 경영대학원 입학시험인 GMAT 기출문제를 강의 자료로 활용한 어학원과 강사들이 미국 GMAT 주관 기관에 5,000만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할 처지에 놓였다. 국내 어학원들은 고액 강의에 수강생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미국 입학시험의 기출문제를 유출해 문제가 됐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2부(부장 홍이표)는 미국 경영대학원입학위원회(Graduate Management Admission Council)가 국내 S어학원과 소속 강사 이모씨 등 4명을 상대로 낸 저작권 침해 금지 등 소송에서 “GMAC에 총 5,000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고 13일 밝혔다.
GMAT는 미리 문제를 만들어 놓은 뒤 그 안에서 개별 응시자의 수준에 맞는 문제를 자동 출제하는 문제은행 형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S어학원은 이 같은 특성을 이용, GMAT에 출제된 기출문제를 수강생들에게 출력해 나눠주고 이메일을 통해 문제 파일을 전송했다. 이외에도 어학원은 포털 사이트 카페에 GMAT 대비용 문제를 올려두거나, 이미 시험을 치른 응시자들이 복기한 기출 문제를 따로 관리했다.
GMAC는 S어학원이 계속해 기출문제를 이용하자 소송을 제기했다. S어학원이 배포하고 강의한 문제들이 저작권을 침해한 것으로 봤기 때문이다.
재판부도 “GMAC가 문제 삼은 출력물과 파일 등 내용이 실제 GMAT 문제들과 동일하거나 유사하다”며 “이들 문제를 전시·전송·배포한 행위는 GMAC의 저작권을 침해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어 S어학원이 보유하고 있는 GMAT 관련 자료를 폐기하고 인터넷 게시글의 삭제도 명령했다.
재판부는 다만 “GMAT 문제 유출의 경우 A어학원이 처음으로 보이지는 않는다”며 “미국 등지에서 GMAT 준비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맨해튼 리뷰의 관련 출판물의 가격 등을 고려하면 손해배상액은 5,000만원이 적정하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일부 어학원이 역시 문제은행식으로 출제되는 미국 대학수학능력시험(SAT) 기출문제를 유출, 불법 유통시켜 시험이 취소되고 문제 유출 브로커와 어학원 원장?강사가 무더기로 기소되기도 했다.
정재호기자 next88@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