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치 F1 경기장에 모습 드러내 우승자에 트로피 직접 수여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러시아 소치에서 열린 국제 자동차 경주대회 FI(포뮬러 원) 그랑프리에 모습을 드러내면서 또 다시 스포츠계에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터져 나오고 있다. 서방 언론들은 푸틴이 정치와 스포츠를 엮으려 한다고 날선 비판을 날렸다.
영국 일간지 텔레그라프는 12일 열린 F1 러시아대회에서 푸틴이 경호원들을 대동하고 현장에 나타난 것에 대해 ‘음모와 드라마의 하루였다’고 꼬집었다. 대회 우승자 영국의 루이스 해밀턴(29ㆍ메르세데스)은 시상식에서 푸틴으로부터 우승 트로피를 받았다.
텔레그라프는 또 올림픽공원을 포함해 총 30억루블(8,000억여원)을 쏟아 부은 푸틴이 F1에 관여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F1 매니지먼트의 CEO 버니 에클레스톤은 러시아 국가가 울려 퍼지는 동안 선수들에게 ‘완전히 침묵하라’는 지시 사항을 이메일로 전달하기도 했다. 이메일에는 “F1은 애국가, 팬, 공중들의 불평에 대해 무례하게 대응해 왔다”며 “이런 무례함이 더 이상 용인되기에는 지나치다”라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이날 푸틴과 에클레스톤은 나란히 관람석에 앉아 레이스를 지켜봤고 악수를 나누며 미소 짓는 모습이 중계 화면에 잡히기도 했다.
한편 푸틴은 스포츠 이벤트를 종종 정치적 수단으로 활용해온 전력이 있다. 압권은 2014 소치 동계 올림픽이다. 소치올림픽은 1991년 소련 붕괴 이후 러시아에서 최초로 열린 올림픽이다. 푸틴은 소치뿐만 아니라 2018 월드컵 유치까지 연달아 성공하면서 지지율을 끌어올렸다.
이현주기자 memor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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