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한복의 반란! 청바지와도 같이 입는다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한복의 반란! 청바지와도 같이 입는다

입력
2014.10.13 14:56
0 0

퓨전한복이나 개량한복보다 일상복에 더 가까운 스타일로

가격은 기존 한복의 10분의 1, 소재도 면·마·데님… 관리 간편

자신이 만든 생활한복을 입고 자세를 취하는 생활한복 브랜드 ‘리슬’의 한복디자이너 황이슬씨. 리슬제공
자신이 만든 생활한복을 입고 자세를 취하는 생활한복 브랜드 ‘리슬’의 한복디자이너 황이슬씨. 리슬제공
남성을 위한 생활한복인 린넨셔츠 저고리를 입은 모델이 자세를 취하고 있다. 리슬제공
남성을 위한 생활한복인 린넨셔츠 저고리를 입은 모델이 자세를 취하고 있다. 리슬제공

11일 서울 청계천에 한복을 입은 사람들이 나타났다. 동대문 오간수교 수상 무대에서 ‘우리옷-한복’이라는 한복패션쇼가 열린 것. 전통과 현대의 멋이 어우러지는 것을 목표로 한 이번 패션쇼는 한류민간외교사절단과 시민들이 직접 모델로 나서 궁중예복부터 한복 드레스까지 다양한 한복을 입었다. 대학생 강진선(23)씨는 “축제 등 일상에서도 전통의상인 기모노를 입는 일본이 부러웠지만 주변의 시선 때문에 한복 입는 것을 꺼리게 된다”며 “일상 속에서 한복을 접할 기회가 늘어났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사실 한복은 일년 내내 장롱 속에 있다 명절에나 겨우 빛을 보는 게 고작이다. 입을 기회가 없다 보니 한 벌도 없는 사람이 적지 않다. 현재 국내 한복시장의 규모는 약 1조3,000억원으로 국내 전체 패션시장 규모(56조7,000억원)의 2%에 불과하다.

이처럼 외면 받던 한복의 반란이 최근 시작됐다. 20, 30대 젊은 여성들 사이에서 생활한복이 주목 받고 있는 것. 민 소매나 무릎 위로 껑충 올라오는 길이의 원피스에 체크무늬나 줄무늬 등 현대적인 디자인을 적용한 생활한복은 퓨전한복이나 개량한복보다 일상복에 더 가깝다. 인터넷 블로그나 SNS에 생활한복을 입은 사람들의 사진이 올라오자 누리꾼들이 ‘예쁘고 독특하다’ ‘어디서 구입할 수 있냐’는 댓글을 수 천 개 이상 달며 관심을 드러냈다. 생활한복은 스키니진이나 청바지, 셔츠 등과 같이 입어도 어울리고 지하철이나 영화관, 학교 등 일상적인 공간에서도 어색해 보이지 않아 ‘입고는 싶지만 주변의 시선 때문에’망설이던 젊은 세대 소비자층을 공략하는데 성공한 것이다. 가격도 제대로 입으려면 60만원부터 100만원을 호가하던 기존 한복의 10분의 1 정도다. 기성복 사이즈인 XS, X, M, L에 맞춰 제작해 7만원부터 10만원대 초반에 구입할 수 있다. 소재도 면이나 마, 데님이라 관리와 세탁도 간편하다.

생활한복이 인기를 끌면서 노인들이나 입던 옷이라고 생각했던 한복에 대한 이미지도 변하고 있다. 올 8월 서울 홍익대학교 앞에서 진행한 ‘나는 한복입고 홍대 갈 수 있다’설문조사에서는 응답자의 70%이상이 ‘있다’라고 답변했다.

한복 디자이너로 활동하다 올해 7월 ‘한복을 청바지처럼’을 목표로 생활한복 브랜드 리슬을 출시한 황이슬(28)씨는 “평소에 입어도 창피하지 않은 한복을 만들고 싶었다”고 밝혔다. 주인공들이 한복을 입고 생활하는 만화책 ‘궁’을 보며 직접 만들고 또 입고 싶다는 생각으로 20살에 창업자본 4만5,000원으로 시작한 한복사업은 어느새 김영진 디자이너의 ‘차이킴한복’이나 ‘이노주단’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생활한복 브랜드로 자리잡았다. 황씨는 자기 또래인 2030세대의 젊은 세대가 공감할 수 있는 디자인을 목표로 블로그에 생활한복의 샘플 디자인을 올려 의견을 구한다. 저고리나 치마 길이, 형태 등을 투표해 결정하며 소비자가 원하는 형태의 디자인을 내놨다. 황씨는 “좋은 반응을 얻고 있기는 하지만 아직 생활한복을 입고 다니면 주위 사람들로부터 ‘왜 이런 걸 입고 다니냐’는 말을 듣는 경우가 많다”라며 “한복이 특별한 경우 입어야만 하는 부담스런 의상이 아니라 청바지처럼 아무 때나 그냥 입고 싶어서 입게 되는 날을 꿈꾼다”고 말했다.

생활한복 중 가장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는 것은 ‘철릭 원피스’다. 철릭은 왕 이하 신하들이 입던 관복으로, 상의와 하의를 따로 구성하여 허리에 연결시킨 남자복식이다. 고려시대부터 조선시대 말까지 전쟁이나 사냥 시 입던 옷이 오늘날 젊은 여성들의 원피스로 다시 태어난 것이다. 깃과 고름을 없애는 대신 허리의 주름이 간 철릭의 특징을 살려 데님소재로 만든 원피스는 티셔츠를 비롯한 셔츠와 함께 입을 수 있다. 기성복 민소매 원피스 안에 저고리를 입는 방식도 유행이다. 여성복뿐 아니라 남성을 위한 린넨셔츠 형 저고리도 있다.

최근 생활한복을 구입한 임용희(25)씨는 “평소 한복을 한 벌 갖고 싶었는데 비쌀뿐더러 입을 일이 많지 않아 망설이고 있었다”며 “생활한복을 입고 마트나 카페에 갔을 때 쏟아지는 사람들의 눈길이 부담스럽게 느껴질 때도 있지만 이렇게 입고 다니는 사람이 하나 둘씩 늘다 보면 언젠가는 자연스러워 질 것”이라 말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한복진흥센터를 출범시켜 한복 패션쇼를 개최하는 등 한복 대중화에 힘을 보태고 있다. 종로구청 등 지자체도 한복 입는 날을 지정한 바 있고 시민단체에서 10월 4일을 ‘한복데이’로 정해 운영 중이다.

전혼잎기자 hoihoi@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