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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볼라, 왜 미국 같은 선진국도 전염됐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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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볼라, 왜 미국 같은 선진국도 전염됐을까

입력
2014.10.13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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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사망 환자 던컨 치료 과정보단 보호 장비 벗을 때 감염 가능성 커

간호사80% "에볼라 교육 못 받아" 큰소리치던 보건당국 허점에 당혹

미국의 방역 당국자가 12일 텍사스주 댈러스에서 에볼라에 첫 감염된 간호사가 살던 아파트 주변의 방역작업을 하고 있다. 댈러스=AP연합뉴스
미국의 방역 당국자가 12일 텍사스주 댈러스에서 에볼라에 첫 감염된 간호사가 살던 아파트 주변의 방역작업을 하고 있다. 댈러스=AP연합뉴스

‘보호장비를 완벽하게 갖췄는데도 전염됐다. 우리는 이 상황이 정말 걱정 된다.’

미국 내 첫 에볼라 환자를 치료하던 여성 간호사가 12일 에볼라 확진 판정을 받은 직후 미국 보건당국 최고책임자인 톰 프리든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소장이 언론에 고백한 말이다. 우주복을 연상시킬 정도로 가운과 장갑, 마스크, 대형 고글 등을 완벽하게 갖추고 환자와 접촉했는데도 사고가 발생하자, CDC는 미스터리 같은 전염 경로를 파악하기 위해 총력전을 펴고 있다. 미스터리를 조기에 규명하지 못한다면 방역에 구멍이 뚫렸다는 의혹이 확산되면서 가뜩이나 불안한 민심에 큰 동요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미국 내 첫 에볼라 감염자 토머스 에릭 던컨 치료에 관여했던 텍사스주 댈러스의 여성 간호사가 에볼라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으로 확진됐다고 미국 질병통제센터(CDC)가 12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이 여성간호사는 던컨에 이어 미국 내 두 번째 에볼라 환자이자 미 본토에서 감염된 첫번째 사례다. 사진은 방역전문요원이 댈러스에 위치한 이 여성 간호사의 집 주변을 소독하고 있는 모습. AP 연합뉴스
미국 내 첫 에볼라 감염자 토머스 에릭 던컨 치료에 관여했던 텍사스주 댈러스의 여성 간호사가 에볼라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으로 확진됐다고 미국 질병통제센터(CDC)가 12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이 여성간호사는 던컨에 이어 미국 내 두 번째 에볼라 환자이자 미 본토에서 감염된 첫번째 사례다. 사진은 방역전문요원이 댈러스에 위치한 이 여성 간호사의 집 주변을 소독하고 있는 모습. AP 연합뉴스

● 감염경로 여전히 미스터리

CDC는 여전히 방역 대책의 큰 줄기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사망한 최초 환자 토머스 에릭 던컨이 수용됐던 텍사스건강장로병원에서 아주 미세한 수준이더라도 안전규정 위반이 발생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휴일인데도 이날 CDC 조사요원을 텍사스 댈러스로 급파해 어느 단계에서 허점이 노출됐는지 샅샅이 되짚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에볼라에 감염된 여성 간호사는 던컨 치료 당시 방역 장비를 갖췄으나 언제, 어떻게 안전규정을 위반했는지는 기억하지 못하고 있다. CDC는 그러나 환자 접촉 과정보다는 그 이후 단계에서 문제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간호사가 신장투석과 인공호흡 등의 과정에서 던컨을 껴안거나 부축하는 ‘전면적 접촉’ 상황에 직면했으나 안전장구를 착용했던 만큼 바이러스에 노출되지는 않았을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 CDC 관계자는 “보호장구의 바이러스 차단 효과는 ‘국경없는 의사회’등의 서아프리카 에볼라 창궐현장에서의 경험으로 이미 입증됐다”고 주장했다.

CDC는 보호 장비를 벗는 과정에서 감염됐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프리든 소장 역시 “2명 이상이 서로 지켜본 채 가운→장갑→마스크→고글 순으로 장비를 벗는 과정에서 절대로 바깥 쪽을 만지지 않아야 하는데, 이 규정을 완벽하게 지키는 게 쉽지 않다”고 말했다. 스페인에서 에볼라 환자를 돌보다 감염된 간호사도 환자 병실에서 나와 장갑 낀 손으로 자신의 얼굴을 만지면서 바이러스에 노출된 것으로 알려졌다.

CDC 주장대로 바이러스 감염이 탈의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확인되더라도 민심 동요는 가라앉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 사건을 계기로 에볼라 바이러스에 대한 미국 주요 병원 의료진의 준비 상태가 미진한 상태라는 점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AP통신은 ‘미국 전역의 모든 병원이 에볼라 대처 능력을 갖추고 있다’는 보건 당국 주장에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미국간호사연합(NNU)에 따르면 던컨 사망 직후 1,900명 간호사를 상대로 조사한 결과, 80% 이상의 응답자가 에볼라 환자 치료와 관련한 실질적 교육을 받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 응답자의 35%는 ‘소속 병원이 에볼라 환자 접촉에 필수적인 장비를 구비하지 않았다’고 응답했고, 76%는 근무하는 병원이 에볼라 환자가 찾아왔을 경우의 대응책을 갖고 있지 않다고 대답했다. 보니 카스틸로 NNU 회장은 “대부분 간호사들이 에볼라와 관련, 인터넷에 올라온 수준의 정보만 갖고 있다”며 “에볼라 방역 전선에서 미국 의료시스템에 큰 구멍이 뚫려있다”고 주장했다.

● 공포 확산ㆍ동요하는 민심

환자를 고치려던 의료진마저 치명적 바이러스에 노출되자, 미국 사회는 큰 충격을 받은 모습이다. 보건 당국이 확진 판정을 받은 간호사와 접촉한 사람 가운데 추가 감염자가 나올 수 있다고 경고하고, 매사추세츠주 보스턴 인근에서도 의심 환자가 발생했다는 소식이 잇따라 전해지면서 에볼라 확산 우려가 증폭되는 분위기다.

당국의 대응도 한층 거칠고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에볼라 온상’이라는 불명예를 얻게 된 텍사스건강장로병원은 확진 판정 간호사와 가깝게 접촉했던 1명을 격리하는 한편, 던컨 치료에 관여한 의료진 전원에 대해서도 추적 관찰키로 했다. 지역 사회에서 에볼라 공포가 확산될 조짐을 보이자, 댈러스시는 소방국 유해물질대응팀을 투입해 여성 간호사의 차량과 아파트, 아파트 내 공공구역에 대한 방역작업을 실시했다. 또 이 아파트 주변 4개 블록의 주민을 찾아 다니며 안내문을 나눠주고 있다.

정치권 대응도 분주해지고 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의료진들이 에볼라 관련 안전규정을 철저히 준수하도록 신속하게 추가조치를 마련할 것을 지시했다. 존 매케인 상원의원은 CNN 방송 인터뷰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지금이라도 정부의 대책을 책임지고 조율하는 ‘에볼라 총책’을 임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워싱턴DC 덜레스 공항을 비롯한 미국 내 주요 5개 공항이 에볼라 감염국에서 도착한 여행객을 대상으로 ‘입국 전 체온검사’를 시작한 것과 관련, 미국 내 공항뿐 아니라 아프리카 현지 공항의 ‘출발 전 검사’도 대폭 강화해야 한다며 후속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워싱턴=조철환특파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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