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원 20주년 맞은 삼성서울병원, 사회공헌실 신설 공익 사업 강화
농어촌·해외 의료봉사 규모 확대, 직원들의 자발적 기부운동 펼쳐
전국의 파트너병원과 'e컨설트', 병원 차원의 상생모델도 구축
지난 11일 경기 용인시 에버랜드 놀이공원에 얼굴 기형인 10, 20대 젊은이가 삼삼오오 모여 만면에 웃음을 지으며 즐거운 대화를 이어갔다. 이들은 선천적으로나 교통사고ㆍ화재 등으로 이를 잃어버렸거나 코가 망가지는 등 기형이 된 얼굴로 인해 가슴앓이하며 적지 않은 세월을 힘겹게 보내야 했다. 1년에 한번씩 모이는 이들은 또래 젊은이처럼 만면에 웃음을 터트리기 바쁘다. 삼성서울병원이 2004년부터 시작해 10주년이 된 ‘삼성 밝은 얼굴 찾아주기 사업’을 통해 만난 멘토와 멘티에게서 이들 젊은이는 꿈과 미래를 설계할 수 있게 됐다.
“병원부터 먼저 10%를 기부하자”
삼성서울병원은 최근 병원 내 흩어져 있던 공익사업을 한 데 묶어 ‘사회공헌실’을 만들었다. 의료봉사를 주로 한 의료지원단, 형편이 어려운 환자를 돕는 사회복지팀, 자원봉사실, 병원발전후원회 등 공익 성격을 가진 조직을 합쳐 병원이 추구하는 ‘행복·박애’ 정신을 확산하는 데 시너지를 내기 위해서다. 송재훈 삼성서울병원 원장은 “사회가 지속적으로 발전하려면 행복을 나누는 것이 꼭 필요해 사회공헌실을 만들었다”고 했다. 송 원장은 특히 “의료진 재능 기부 등 모든 직원이 자발적으로 참여해 모두 건강하고 행복한 사회를 만드는 데 이바지하도록 뒷받침할 것”이라고 했다.
이처럼 사회공헌실은 기부문화 확산의 요람이다. 각종 난치병을 정복하기 위해 필요한 재원을 모으는 것은 물론 의료진이 활발히 재능을 기부하도록 제도적으로 뒷받침한다. 직원의 자발적 기부는 덤이다. 개원 20주년을 맞아 진행 중인 기부 프로그램 ‘블루 아이디(Blue ID) 캠페인’이 바로 그것. 병원 임직원이 어려운 환자를 지원하거나 소외 지역을 찾는 의료봉사나 사회전체의 건강을 끌어올리는 의학연구 등 각각 사랑별, 건강별, 희망별이라는 이름을 달고 지원하고 있다. 병원 4층 직원식당 벽은 이미 ‘The Place of STAR’라는 기부자 명예의 전당이 꾸며져 기부자의 뜻을 기념하고 있다. 정성수 삼성서울병원 사회공헌실장(정형외과 교수)은 “우리 병원 내부에서 기부금의 10%를 낼 정도로 솔선수범하자는 분위기가 있다”고 귀띔했다.
기부에 나선지 두 달 밖에 되지 않았지만 기부자들이 줄을 잇고 있다. 희망별에 1,000만원을 기부한 한 교수는 “선친을 모시고, 사랑하는 아내를 만났으며, 소중한 아이들을 낳게 된 삼성서울병원은 내 인생의 중요한 순간마다 함께 했던 소중한 곳”이라며 “이제 성년이 된 삼성서울병원에게 작은 정성이지만 성년식 선물을 드리고 싶었다”고 했다.
재능기부도 크게 늘었다. 최근 200회를 맞이한 ‘건강강좌’나 지난해 첫 선을 보인 ‘으랏차차 7080 캠페인’ 등이 대표적이다. 온ㆍ오프라인에서 환자에게 올바른 건강정보를 제공해 정보 비대칭성을 해소하는 한편, 병을 예방하고 나아가 극복에 도움을 주고 있다.
사회공헌 프로그램도 다양해지고 있다. 병원 위주의 한 방향 지원에서 벗어나 양 방향 지원이 되도록 멘토링 프로그램이 활발하다. 올해 10년을 맞은 ‘밝은 얼굴 찾아주기 사업’을 통해 환한 미소를 되찾은 청년들이 수술을 기다리는 어린 학생들을 도울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한 것도 그래서다.
의료봉사도 놀라울 정도로 폭이 커지고 있다. 매월 농어촌, 도서 산간 등 의료소외지역 주민에게 의료전용 버스와 헬기, 앰뷸런스를 동원해 체계적으로 봉사에 나서고 있다. 특히 사회공헌실 통합을 계기로 지역 요구ㆍ특성에 맞는 맞춤형 봉사 프로그램도 마련했다. 덧붙여 긴급 재난 구호팀을 신설해 각종 안전사고에 의료진을 파견할 수 있도록 하는 한편, 개발도상국의 의료 질을 높이기 위해 ‘글로벌 프로보노 프로젝트’도 진행된다.
서아시아 키르기스스탄에서 의료봉사를 최근 마쳤는데 1회성에 그치지 않고 이 지역 의료발전을 위해 꾸준히 지원하기로 했다. 키르기스스탄 수도인 비슈케크에 보건소를 설립해 현지 의료가 스스로 발전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물고기를 주는 방식이 아닌 물고기 잡는 법을 알려주는 셈이다. 정성수 사회공헌실장은 “사회공헌은 우리 사회가 함께 발전할 수 있는 중요한 활동”이라며 “긍정적 에너지가 널리 퍼져 나갈 수 있도록 힘쓰겠다”고 했다.
지역 병원에 진료 노하우 전수
삼성서울병원의 간접적 사회공헌활동도 강화되고 있다. 지역 1·2차 의료기관과 단순한 협력관계를 넘어 새로운 상생 모델을 만들고 있다. 지난 2010년 국내 처음으로 개설한 삼성서울병원 전자진료의뢰시스템(Samsung Refer ServiceㆍSRS)을 통해 진료 노하우를 1·2차 의료기관으로 고스란히 옮기고 있다. 환자 동의를 받아 삼성서울병원과 지역 의료기관 사이의 의료정보를 연동해 삼성서울병원에서 진행했던 검사결과와 치료과정 등을 공유하도록 했다. 급성기 중증치료만 끝나면 굳이 서울에 오지 않더라도 자신의 지역 의료기관에서 삼성서울병원의 치료법을 경험할 수 있는 만큼 환자 불편은 덜고 의료계 전체가 함께 발전하는 일석이조 프로그램이다.
이밖에 상생모델 개발을 위해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삼성서울병원은 지역별 파트너 의료기관이 다학제 협진을 자문할 수 있도록 ‘e-컨설트’를 개발했다. 전국에 퍼진 파트너 의료기관이 이 시스템을 이용해 판단이 어려운 환자 문제를 자문하면 풍부한 임상경험을 가진 삼성서울병원이 답을 해주고 있다. 메이요클리닉과 클리블랜드클리닉 등 미국 유명 병원에서 일부 시행 중인 제도로 국내에서 체계적으로 운영하기는 삼성서울병원이 처음이다.
의료발전을 위해 전국 곳곳을 찾아가기도 한다. 아웃리치(Outreach) 프로그램을 통해 의료진을 포함한 분야별 전문가가 전국의 파트너병원을 방문, 각종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각 진료과별로 꾸려진 자문단은 현지 병원에서 감염관리, 심장초음파 검사와 고객 만족교육 등 다양한 분야에서 재능기부하고 있다. 손영익 삼성서울병원 파트너즈센터장(이비인후과 교수)은 “1차 의료기관과 지역병원에 환자들이 가장 먼저 찾기에 삼성서울병원은 어떻게 하면 이들과 함께 동반 성장할 수 있을까 항상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권대익기자 d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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