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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열의 볼링그린다이어리<72>NC의 애리조나 교육리그를 다녀와서(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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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열의 볼링그린다이어리<72>NC의 애리조나 교육리그를 다녀와서(1)

입력
2014.10.13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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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1991년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프로에 입단 했다. 그리고 프로야구가 무엇인지 제대로 알지 못하며 한 시즌을 보내고 있었다. 그리고 시즌 막바지에 플로리다 교육리그에 참가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그래서 그 해 가을 플로리다 교육리그 참가해서 새로운 야구를 접하고 깜짝 놀랐던 경험이 있다. 당시 나는 유격수를 보고 있었다. 3-유간의 깊숙한 땅볼을 잡았을 때에 원 바운드로 1루에 송구하는 것을 기본으로 알고 있었는데 미국 선수들은 스탭도 하지 않은 채로 1루로 정확한 송구를 하는 것을 보고 놀랐다. 아무리 좋은 교육도 이론과 말로만 듣는 것과 내가 실제로 눈으로 확인하고 몸으로 느끼는 것은 상당한 차이가 있다. 그리고 다시 다음해인 1992년에 참가한 두 번째 플로리다 교육리그는 야구 선수로서 새로운 전기를 맞이하며 1993년부터 1군 선수가 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이번에 NC 다이노스 구단에서 애리조나 교육리그에 2주 동안 같이 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주었다. 선수들에게 19년 동안 현역 생활을 하며 경험했던 장ㆍ단점들과 미국에서 미국 선수들과 같이 지내며 느꼈던 한국야구와 다른 점들을 비교해서 설명했다. NC 선수들로 하여금 야구선수로서 동기 부여와 그들이 가지고 있는 가능성을 찾아 낼 수 있도록 옆에서 도와줄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싶었다.

미국의 마이너리그는 루키, 싱글A, 더블A, 트리플A로 구성되어 있다. 보통 가을에 열리는 교육리그는 루키, 싱글 A선수들이 주축을 이루며 약간의 더블 A선수들로 구성되며 나이가 어린 선수들을 선발해서 게임을 치르게 된다. 마이너리그는 보통 9월 초에 마치는데 그 중에서 게임이 더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젊은 선수들이 이곳에 모인다. 예를 들어 이번에 같이 경기를 치른 텍사스 레인저스 팀의 선수를 보면 무려 100명이 넘었다. 그러다 보니 선수들끼리의 경쟁도 만만치 않다. 예전에 내가 참가했던 플로리다 교육리그에서는 매일 기량이 부족한 선수들을 집으로 돌려 보냈다. 게임을 마치고 개인 라커에 들어가서 문을 열었을 때 비행기 표가 놓여 있는 선수는 가차없이 다음날 바로 집으로 돌아가야 하는 것이다. 이렇듯 마이너리그 선수들에게도 상당한 스트레스와 경쟁 프로그램이 바로 교육리그다.

이번 애리조나 교육리그는 9월22일부터 20게임을 치르게 되어 있으며 투수들은 보통 150k㎞를 넘나드는 강속구를 던지는 선수들로 구성 되어 있다. 또한 다양한 변화구를 구사하는 대단한 투수들도 있었다. 하지만 나이가 보통 20대 초반의 어린 선수들로 구성 되어 있기 때문에 컨트롤이나 게임 운영이 미숙한 것을 볼 수 있다.

NC 다이노스 타자들도 주로 2군 선수들로 구성 되어 있으며 마이너리그 선수들과 게임을 통해 자신의 현재와 미래를 스스로 느끼게 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다. 타자들 같은 경우 2군 경기에서 150k㎞가 넘는 볼을 칠 기회가 많지는 않다. 첫날 경기했던 시카고 화이트삭스의 경우 최고 구속 160k㎞를 던지는 투수도 있었다. 이런 볼은 처음에는 위축되지만 자꾸 상대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스피드에 적응하게 되어 있다. 그리고 교육리그 경기는 낮 12시30분에 시작한다. 9월 평균 기온이 30~40도에 이르는 애리조나에서도 폭염이 절정이 시간을 택해 경기를 하는 것이다. 아마도 선수들에게 가장 혹독한 환경을 만들어 스스로 극복해 나가도록 만드는 프로그램이 아닌가 싶다. 사실 대낮의 햇볕은 운동은 둘째치고 걷기에도 힘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수들은 아침부터 연습을 모두 소화하고 나서 게임을 치르게 되며 게임 후에는 미스플레이나 부족한 연습을 더해야 한다. 또 저녁을 먹고도 하루는 웨이트트레이닝, 하루는 스윙과 티배팅을 하며 투수들은 섀도우피칭을 해야 하는 극도로 어려운 훈련이다.

시애틀 매리너스와의 게임에서 유격수를 보는 강민국 선수가 한 경기에 4개의 실책을 하고 말았다. 그렇다 보니 굉장히 위축되었으며 덩달아 타격에도 나쁜 영향을 끼쳤다. 그 모습을 보며 예전 나의 모습이 생각이 났다. 1991년도 플로리다 교육리그 첫날 나는 유격수를 보다가 실책을 하고 말았다. 그때 감독님이 타임을 외치며 바로 “야, 너 나와” 하면서 바로 벤치로 불러 들였다. 당시 스무 살이었던 나로서는 정말 창피하고 괴로운 상황이었다. (2편에서 계속) 볼링그린 하이스쿨 코치ㆍ전 LG 코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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