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증진기금 9억9000만원을 복지부 내년 예산에 편성 논란

담뱃값 인상을 추진 중인 정부가 담뱃값에서 걷는 국민건강증진기금 중 10억여원을 빼내 내년부터 시행되는 원격의료 사업 기반을 구축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13일 국정감사에서 보건복지부는 3년 새 1조원 넘는 빚을 지면서도 국민건강증진법상 근거가 불명확한 사업에 기금을 써온 것에 대해 집중 질의를 받을 전망이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용익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12일 복지부로부터 제출 받은 ‘2015년 예산안 사업 설명자료’에 따르면, 복지부는 내년 ‘원격의료 제도화 기반구축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건강증진기금 9억9,000만원을 예산으로 신규 편성했다.
세부안은 ▦원격의료 이용 현황조사와 데이터베이스 관리(3억5,000만원) ▦원격의료 활용모델 개발(3억7,000만원) ▦원격의료 정보보호ㆍ기기관리기준 마련 등 의료제도 정비(2억3,000만원) ▦제도화 추진 사업운영(4,000만원) 등이다.
그런데 의료 영리화 논란 속에 의료계와 협의 없이 정부가 단독 추진중인 원격의료 사업까지 건강증진기금을 투입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다. 김용익 의원은 “담뱃값을 올린 돈으로 원격의료를 추진하겠다는 발상이 황당하다”며 “건강증진기금의 목적 외 사용을 바로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우석균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위원장도 “안전성ㆍ유효성이 검증되지 않은 원격의료 사업에 건강증진기금이 쓰여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건강증진기금은 담배 한 갑당 부과되는 ‘담배 부담금(건강증진부담금)’이 주 재원인데 그동안 금연사업 외 다른 용도로 수천억원이 쓰여 문제가 돼왔다. 올해도 첨단의료기기 기술개발과 국립중앙의료원 경영수지 차액지원 등에 2,170억원 이상 배정됐다. 올해 전체 기금 2조1,749억원 중 건강보험 재정에 편성된 1조2,000억원 가량을 뺀 전체 사업 예산의 25% 정도를 금연사업 외에 투입한 것이다.
건강증진기금의 목적 외 사업 투입 때문에 복지부는 공공자금관리기금에서 2011년 700억원, 2012년 2,200억원, 지난해 3,386억원을 빌렸으며, 올해도 4,450억원 넘게 빚을 졌다. 갚아야 할 총 이자만 300억원이다. 그러나 내년에도 국민의 건강 증진과 동떨어진 정부부처 전산장비 교체나 상업용 연구개발 지원 등에 건강증진기금 2,120억여원이 예산으로 편성됐다.
정부는 내년 담뱃값을 올리면서 담배 1갑당 부과하는 건강증진부담금을 354원(14.2%)에서 841원으로 올릴 계획이며, 이럴 경우 추가 수익은 7,680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손현성기자 hsh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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