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상 주도권 잡으려는 의도" 분석
대북전단을 둘러싼 남북간 총격전으로 남북 대화 분위기가 다시 급랭하며 롤러코스트를 타자 정부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정부는 북한이 2차 고위급 접촉을 무산시킬 수 있다고 연일 엄포를 놓는 데 대해 일단 대응을 자제하면서 대화 분위기를 이어가겠다는 입장이지만, 무력 도발까지 감행하는 북한의 ‘냉온탕 전략’에 마냥 끌려 다닐 수도 없어 골머리를 앓고 있다.
북한은 12일 ‘고위급접촉 북측 대표단 대변인 담화’를 발표하며 대북 전단 살포가 계속될 경우 더 강한 물리적 타격을 가하겠다며 위협했고,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도 이날 “반공화국 도발(대북전단 살포)의 주모자는 남조선 당국으로, 괴뢰패당의 처사로 예정된 제2차 북남 고위급 접촉이 물거품으로 된 것이나 다름 없게 됐다”는 내용의 글을 실었다. 북한의 대남선전 인터넷 매체인 우리민족끼리도 이날 기고문에서 10일 발생한 남북한 총격전에 대해 대북 전단을 살포한 남측 탓으로 돌리며 “북남관계는 다시 파국의 원점으로 되돌아가게 됐다”고 협박했다. 북한은 4일 황병서 총정치국장 등 실세 3인방을 인천으로 보내 2차 고위급 접촉 재개에 합의하며 대대적인 남북 대화 분위기를 띄웠으나, 북한 함정의 북방한계선(NLL) 침범(7일), 대북전단 살포용 풍선 총격으로 인한 교전 유도(10일) 등의 잇단 도발을 감행하는 이중적 행태를 보이고 있다.
정부는 그러나 북한이 대화의 판 자체를 깨려는 것은 아니라는 판단 하에 일단 대화 분위기를 이어가겠다는 방침이다. 여권 관계자는 “현재로선 협상 주도권을 잡고 대북전단과 NLL을 이슈화하려는 의도로 보고 있다”며 “북한 입장에서도 남북 대화 재개가 절실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날 발표된‘북측 대표단 담화’도 ‘추가 타격’ 엄포를 놓으면서도 “아직 기회는 있다. (전단 살포에 대한) 남조선 당국 움직임 예리하게 주시하고 있다”며 대화의 여지를 남겨뒀다.
이에 정부는 예정대로 북한에 2차 고위급 접촉 날짜를 제안한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에 대화 분위기가 깨지면 남북관계가 또 다시 대결 국면으로 돌아가고, 당분간 화해의 물꼬를 트기 어려워질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 때문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13일 통일준비위원회 2차 회의에서 북한의 도발 중단을 강력하게 요구하면서도 대화 재개의 문을 열어둘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국방부가 지난 10일 북한의 도발을 경고하는 전화 통지문을 북 측에 보낸 사실을 12일에서야 공개한 것도 이런 분위기와 무관치 않다.
그러나 남북 대화에 대한 정부의 강한 의지에도 불구하고 북측이 순순히 응할 것이라고 낙관하기는 어렵다. 박 대통령이 남북 대화 재개의 전제조건으로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북한의 진정성을 요구해온 만큼 북한이 판 흔들기를 계속할 경우 정부가 다시 강경하게 돌아설 수 있다. 또 남북관계를 두고 예측 불가의 행태를 보여 온 북한이 엉뚱한 트집을 잡아 2차 고위급 접촉을 막판에 거부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최문선기자 moon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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