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원순 서울시장이 12일 새정치민주연합에 대한 쓴 소리를 거침 없이 쏟아냈다. 그간 야권의 유력 차기 대권주자로 거론되면서도 “시정에 전념하겠다”는 이유로 당내 현안에 목소리를 내지 않았던 것과 상반된 모습이었다.
박 시장은 이날 금천구청 대강당에서 열린 ‘당원 여러분께 새정치연합의 길을 묻습니다’라는 제목의 토론회에 기조연설자로 참석했다. 박 시장은 연사로 소개된 뒤 재킷을 벗고 소매를 걷어붙였다. 그는 “형식의 파괴부터 필요하다”고 운을 뗀 뒤 “이제 좀 스티브 잡스 같아 보입니까”라고 당원들에게 묻기도 했다.
그러나 당의 현주소를 지적하기 시작하면서 180도 달라졌다. 박 시장은 2011년 10ㆍ26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무소속 후보였던 자신과 새정치연합 전신인 민주당과의 단일화 경선을 거론하고 “민주당은 차로 당원을 실어 날랐고 저는 무소속 후보로서 자발적 시민들이 (경선에) 참여했다. 그 결과는 어땠느냐”고 반문했다.
박 시장은 이어 “난 약속대로 민주당에 입당하면서 밝혔던 원칙이 있다”면서 ▦인터넷 정당 ▦현장정치 ▦직장인과 시민ㆍ전문가 참여 정당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누구나 일상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인터넷 정당을 통해 완전히 투명하고 개방적으로 (당을 운영)해야 한다”면서 “과연 전문가나 지성인들이 오늘날 기꺼이 당원으로 가입하고 있는가. 국회의원과 시의원, 구의원, 골수당원을 빼고 나면 몇 명이나 이 자리에 모였는가. 서울 인구의 1%인 10만명은 모였어야 하는데 만날 우리끼리 모이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그는 “얼마 전 정의당 사람을 만났더니 지난 7ㆍ30 보궐선거 후 정의당 당원으로 1,000명이 가입했다고 하더라. 그 중 30% 정도는 새정치연합이 싫어서 그랬다는 것이다. 정말 뼈 아프게 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김대중 전 대통령의 야당 총재 시절 외곽조직인 ‘민주연합청년동지회’(연청)을 거론하면서 “무너진 조직을 다시 세워야 한다. 새로운 비전의 모임이나 강좌들을 만들어 인재를 축적하면 큰 조직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 ‘현장정치’와 관련해선 당의 싱크탱크인 민주정책연구원을 향해 “새정치연합이 민생을 위한 정책을 발굴하고 끊임없이 발표해야 한다”면서 “대체 뭐 하는 거냐. 정부 돈 받지 않느냐”고 목청을 높였다.
박 시장의 ‘인터넷 정당’ 언급을 두고 차기 대권주자인 문재인 의원의 ‘온ㆍ오프라인 네트워크 정당’과 맥이 닿아 있는 것이란 당 안팎의 해석이 나왔다. 박 시장 측은 “젊은 사람들의 참여를 견인하기 위한 개방정당이 돼야 한다는 원론적인 언급”이라고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다만 최근 당내 논란이 된 모바일 투표 도입과 관련해선 “전혀 상관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한편 새정치연합 서울시당이 이날 공개한 정치인식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2017년 대선에서 정권교체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당원의 9%가 ‘전혀 없다’, 36.3%가 ‘거의 없다’고 답해, 당원의 45.3%가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반면 정권교체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응답은 16.1%였고 ‘약간 있다’는 35%였다. 김회경기자 herm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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