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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웅서의 오션토크] 유령 쓰레기로 몸살 앓는 바다

입력
2014.10.12 2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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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칫덩이 쓰레기 스티로폼

해양 생태계 교란의 주범

쓰레기는 부메랑처럼 되돌아와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는 태평양 한 가운데 쓰레기로 만들어진 섬이 정말 있을까? 답은 ‘있다’이다. 사람들이 버린 플라스틱 쓰레기가 바다에 떠서 해류와 바람에 의해 태평양 한가운데로 모인 것이다. 쓰레기 섬 이야기는 비단 오늘의 일은 아니다. 1997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하와이까지 요트 경주에 참가했던 한 선수가 갖가지 플라스틱 용기들이 모여 있는 쓰레기 섬을 발견했다. 15년 후 다시 찾았더니 그 사이 쓰레기 섬은 100배나 커져 있었다. 그는 충격적인 현장을 무인기를 사용해 사진 찍어 사이언스 잡지에 실었다.

그나마 눈에 보이는 쓰레기는 수거해서 처리할 수 있지만, 너무 작아 보이지 않는 유령 쓰레기는 그야말로 속수무책이다. 쓰레기 중에 가장 골칫거리는 스티로폼이다. 스티로폼은 가공하기 쉬워 일상생활에 널리 쓰인다. 플라스틱의 일종으로 물을 잘 흡수하지 않고 가벼워 물에 잘 뜬다. 그래서 물고기 양식장의 부표를 만들 때 쓴다. 또 열을 잘 차단해 아이스박스나 단열포장용기를 만들 때도 사용한다. 스티로폼은 사용하기 편하지만 생물에 의해 분해되지 않아 환경 문제를 일으킨다. 해양수산부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해양쓰레기 가운데 부피를 기준으로 했을 때 37%는 스티로폼으로 만든 부표라 한다. 남해안으로 여행을 가본 적이 있다면, 양식장에 하얀 스티로폼 부표가 줄을 맞춰 끝없이 펼쳐져 있는 것을 보았을 것이다. 언뜻 푸른 바다와 하얀 부표가 조화를 이뤄 아름답게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내면을 들여다보면 여간 우려가 되는 것이 아니다. 부표는 사용하다 보면 마모돼 작은 알갱이로 부서진다. 이 스티로폼 조각이 바닷가에 쌓여 마치 눈이 내린 것처럼 보이는 곳도 많다. 조각들이 계속 마모되다 보면 현미경으로도 간신히 보일 정도로 아주 작아지게 된다. 우리 눈에 잘 안 보이는 미세한 스티로폼 알갱이는 수거가 불가능해 경관을 해칠 뿐만 아니라 해양생태계를 교란시킨다.

작은 플라스틱 알갱이를 마이크로플라스틱(microplastics)이라 한다. 얼마나 작아야 마이크로플라스틱이라고 부를까? 흔히 현미경으로 확인이 가능한 1㎜보다 작은 모든 종류의 플라스틱 알갱이를 말하지만, 학자들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어 5㎜보다 작은 것을 마이크로플라스틱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마이크로플라스틱은 플라스틱으로 만든 물건이 파도와 같은 물리적인 힘이나 햇빛에 의해 분해되면서 만들어진다.

마이크로플라스틱이 생태계에 어떤 피해를 입히는지는 아직 잘 모른다. 그렇지만 바다에서 홍합처럼 식물플랑크톤을 걸러 먹는 동물(여과식자)이나 갯지렁이처럼 바닥에 가라앉은 퇴적물을 먹는 동물(퇴적물식자)의 경우 모두 이런 마이크로플라스틱을 먹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동물플랑크톤을 먹는 작은 물고기도 마이크로플라스틱을 먹을 수 있다. 이런 플라스틱 알갱이는 동물의 소화관을 막거나 소화되지 않은 채 몸에 쌓여 생물을 죽음에 이르게 한다. 플라스틱에서 녹아 나오는 독성물질이 피해를 줄 수도 있다.

해양수산부는 이에 대처하기 위해 친환경 부표에 대한 인증기준을 마련한다고 한다. 쉽게 부스러지는 부표 사용을 막고 내구성이 강한 부표를 내년부터 점차 보급해 나갈 예정이다. 친환경 부표는 충격에 잘 견딜 수 있도록 기존 고밀도 부표의 표면을 코팅하거나 필름을 씌웠기 때문에 잘 부스러지지 않아 환경 문제를 덜 일으킨다. 또 부력을 오래 유지할 수 있어 버려진 부표의 수거도 훨씬 쉽다. 늦은 감이 없지는 않지만 지금부터라도 마이크로 플라스틱 관리를 하겠다니 다행이다.

우리가 버린 플라스틱 쓰레기는 우리 손을 떠났다고 없어지는 것이 아니다. 빗물에 씻겨 강을 통해 바다로 흘러 들어간다. 오랜 세월이 지나면서 부서지고 마모돼 작은 알갱이로 바뀐다. 이것을 해양생물이 먹이로 잘못 알고 먹고, 결국 먹이사슬을 통해 우리 뱃속으로 들어오게 된다. 많은 사람들은 죽은 바닷새의 소화관이 플라스틱 조각으로 가득 찬 충격적인 사진을 기억할 것이다. 쓰레기는 던지는 사람에게 다시 돌아오는 부메랑과 같다.

김웅서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책임연구원ㆍUST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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