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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기도, 놔두기도… 한반도 기류 얼리는 대북전단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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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기도, 놔두기도… 한반도 기류 얼리는 대북전단 딜레마

입력
2014.10.12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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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최고 존엄에 대한 모독" 민감… 체제에 대한 위협·도발로 인식

민간단체선 "추가로 살포 할 것" 제2, 제3의 무력보복까지 우려

탈북자 단체인 자유북한운동연합회 회원들이 10일 경기 파주시 탄현면 통일동산 주차장에서 대북전단을 풍선에 매달아 북측으로 날리고 있다. 파주=신상순 선임기자ssshin@hk.co.kr
탈북자 단체인 자유북한운동연합회 회원들이 10일 경기 파주시 탄현면 통일동산 주차장에서 대북전단을 풍선에 매달아 북측으로 날리고 있다. 파주=신상순 선임기자ssshin@hk.co.kr

유엔 군사정전위원회 관계자들이 지난 11일 경기 연천군 삼곶리 중면사무소를 방문해 전날 북한이 대북전단을 향해 발사한 고사총 탄두가 떨어진 지역을 조사하고 있다. 인천=연합뉴스
유엔 군사정전위원회 관계자들이 지난 11일 경기 연천군 삼곶리 중면사무소를 방문해 전날 북한이 대북전단을 향해 발사한 고사총 탄두가 떨어진 지역을 조사하고 있다. 인천=연합뉴스

북한 권력 실세 3인방의 전격 방문으로 합의된 남북대화 재개를 눈 앞에 두고 남북이‘대북전단 살포’라는 또 다른 암초를 만났다. 민간 단체의 전단 살포가 무력충돌로 이어지는 초유의 사태까지 갔지만 해당 단체는 추가 살포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고 정부는 이를 규제할 법적 근거가 없다며 손을 놓았다. 북한은 12일 ‘남북고위급접촉 북측대표단 대변인 담화’ 등을 통해 “대북 전단을 계속 살포할 경우 보다 강도 높은 물리적 타격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연일 위협 수위를 높이고 있다. ‘2차 고위급접촉’이 무산될 가능성 뿐만 아니라 추가 전단 살포에 따른 북한의 제2, 3의 무력 도발까지 우려해야 하는 상황이다.

대북 전단 뭐길래…, 민감 반응하는 北 유일체제

북이 대북전단에 과민 반응하는 것은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으로 이어지는 3대 세습에 대한 노골적인 비판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그간 민간 단체가 날린 전단 풍선에는 1달러짜리 지폐와 초코파이 등 생필품 외에 김정일을 ‘희대의 살인마’로, 김정은을 ‘고모부까지 처형한 패륜아’ 등으로 비난하는 내용이 주로 담겨 있다. 10일 날린 전단에도 “아직도 밥 한 끼가 새로운데 잔디 깔고, 수영, 승마, 스키장하라는 철없는 30살을 하루아침에 원수와 장군님으로 모시고 있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는 북에서 금기시하는 ‘최고 존엄에 대한 모독’인 셈이다.

수령 유일체제를 근간으로 하는 북한 체제 특성상 이는 곧 북한 체제에 대한 근본적 도발이자 ‘최고 가치’에 대한 모독으로 받아들여진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우리가 법치와 인권을 최고가치로 여기는 것과 달리, 북은 체제와 최고 존엄을 최고가치로 여긴다”며 “이를 건드리는 것은 금기기 때문에 이런 시도 자체에 반발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북이 수령에 대한 모독을 조금이라도 용인하면 ‘수령 숭배 사회’라는 체제 자체에 균열이 생길 수 있어 격렬하게 반발하는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전단 날리기, 효과는 글쎄

그러나 전단 살포가 이를 주도하는 단체의 의도대로 북한 주민들의 민심을 바꾸는 데 효과가 있는지는 미지수다. 북한에 도달하는 전단은 전체의 10% 수준에 불과하지만, 수십 만장을 날리기 때문에 북한 주민에게 도달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특히 기상조건이 좋고 가을걷이로 북한 주민 대부분이 들에 나와 있는 가을이 전단을 날리는 데는 최적기라고 한다. 박상학 자유북한운동연합 대표는 “지난 추석에 날려 보낸 삐라가 남서풍을 타고 북한 원산 일대에 떨어졌는데 마침 원산에 있던 김정은이 봐서 격노했다는 이야기가 있다”며 “북한 주민의 알 권리를 위해 앞으로 계속 전단을 날릴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북 체제를 단편적으로 비방하는 전단이 주민들의 마음을 돌리는 데는 한계가 있고 정치적 갈등만 증폭시킨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양 교수는 “어릴 때부터 체제 교육을 받아온 북한 주민들이 전단을 보고 대오각성할 가능성은 거의 없고 오히려 적개심만 높일 수 있다”고 우려했다.

1949년 냉전 당시에도 서독 정부가 전단 살포 단체들을 지원하며 동독에 심리전을 펼치자 동독이 결국 베를린 장벽을 세우며 대결국면으로 치달았다. 당시 서독 심리전 총책임자였던 오르트빈 부크밴더 예비역 대령은 지난해 10월 방한해 “1972년까지 다량의 전단을 동독에 살포했지만 이보다 동독 주민들에게 더 큰 효과를 발휘한 건 (서독의 실상을 그대로 보여주는) 텔레비전 광고였다”고 지적했다.

여권, 보수 진영 눈치보기?

정부는 그러나 ‘민간단체의 자율적 행동을 강제할 수 없다’며 전단 살포에 뒷짐만 지고 있다. 정부는 2008년 대북전단 살포를 ‘고압가스 안전관리법’으로 규제할 수 있는지 여부를 놓고 법률 검토 작업까지 벌였지만 규제 근거로 삼지는 못했다. 또 전단 살포 시 사전 신고를 의무화하는 내용의 남북교류협력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논의됐지만 ‘표현의 자유’ 등을 이유로 폐기됐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출입로 봉쇄 등 얼마든지 제재 방법을 찾을 수 있다며 적극적인 대처를 주문했다. 실제 2012년 10월 북한민주화추진연합회가 임진각에서 대북전단을 살포하겠다고 나서 남북간 긴장이 고조됐으나 경찰이 진입로를 통제하며 적극 제지해 무산됐다. 홍현익 세종연구소 수석 연구위원은 “전단 살포로 군사 충돌마저 벌어진 만큼 해당 주민 생존권 보호를 위해서라도 제재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대북 전단의 실효성이 의심스럽고 남북 관계 악화의 원인이 되고 있는데도 정부가 손을 놓고 있는 게 ‘보수 진영 눈치보기’ 때문이란 시각도 없지 않다. 이와 관련,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11일 “어쨌든 북을 자극하는 일은 가능한 한 안 하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라며 전단 살포 자제를 당부했다. 그러나 새누리당 박대출 대변인은 12일 “정부가 민간의 일을 막을 수 없다”는 입장을 재확인했고 당 핵심관계자는 김 대표의 언급에 대해 ‘사견’이라며 의미를 축소했다. 당내에서는 “김 대표의 발언이 당 핵심 지지층의 반발을 살 수 있어 우려된다”는 반응도 나왔다.

정승임기자 chon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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