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과거 회귀·심리 묘사에 천착… 313편 중 10편 본심에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과거 회귀·심리 묘사에 천착… 313편 중 10편 본심에

입력
2014.10.12 16:56
0 0

세월호 등 납득 못할 사건 계속되자 문제의 기원을 역사에서 찾으려는 듯

일상에 대한 섬세한 성찰 필요하지만 단편 형식 획일화ㆍ경량화엔 우려도

이기호, 이장욱, 한강(왼쪽부터).
이기호, 이장욱, 한강(왼쪽부터).
기준영, 백민석, 윤이형(왼쪽부터).
기준영, 백민석, 윤이형(왼쪽부터).

전성태, 정소현, 정용준, 정이현(왼쪽부터).
전성태, 정소현, 정용준, 정이현(왼쪽부터).

한해 동안 쓰여진 최고의 한국 소설에 수여하는 제47회 한국일보문학상 예심이 10일 오후 3시 한국일보 편집국에서 열렸다. 본심 진출작으로 이기호의 ‘차남들의 세계사, 이장욱의 ‘천국보다 낯선’, 한강의 ‘소년이 온다’ 등 장편 3편과 기준영의 ‘4번 게이트’, 백민석의 ‘수림’, 윤이형의 ‘러브 레플리카’, 전성태의 ‘소풍’, 정소현의 ‘어제의 일들’, 정용준의 ‘이면의 독백’, 정이현의 ‘뚜껑’ 등 단편 7편 등 총 10편이 최종 결정됐다(저자명 가나다 순). 심사를 맡은 문학평론가 김형중(46), 백지연(44), 권희철(36)씨는 2013년 10월부터 올해 9월까지 발행된 장편소설 41편과 15개 문예지에 발표된 중?단편소설 272편을 검토한 결과 한국 근현대사에 대한 작가들의 관심, 일상에 대한 섬세한 성찰, 소설의 경량화, 단편 형식의 획일화 등을 주요 경향으로 꼽았다.

올해 장편소설의 흐름 중 하나는 과거 회귀다. ‘소년이 온다’와 ‘차남들의 세계사’가 1980년대 광주로 돌아갔고 성석제의 ‘투명인간’은 해방부터 21세기 전까지를 배경으로 펼쳤다. 심사위원들은 이를 한국 정치 현실의 암담함과 연관이 있을 것이라 추측했다. 백지연 예심위원은 “세월호 참사나 공권력 붕괴 등 납득할 수 없는 일들이 연달아 일어나는 상황에서 문제의 기원을 역사에서 찾으려는 시도들이 보인다”고 말했다. 권희철 예심위원은 “뉴스에 등장하는 인물들을 통해 대한민국의 과거가 귀환했다는 게 너무 명백해지니까 그게 작가들의 상상력에 개입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제47회 한국일보문학상 예심에서 문학평론가 권희철(왼쪽부터), 김형중, 백지연씨가 대상 작품에 대해 토론하고 있다. 한주형 인턴기자(한양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3)
제47회 한국일보문학상 예심에서 문학평론가 권희철(왼쪽부터), 김형중, 백지연씨가 대상 작품에 대해 토론하고 있다. 한주형 인턴기자(한양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3)

반면 단편에서는 제한된 배경과 소수의 등장인물을 통해 세밀한 심리 묘사에 천착하는 작품이 많았다는 평가가 나왔다. 백지연 예심위원은 “일상에서 포착한 사소한 징후를 통해 이야기를 정교하게 풀다가 막바지에 의외의 면을 드러내는 단편이 많았다”며 “이것이 일종의 틀처럼 자리 잡아 어찌 보면 다 비슷비슷하다는 생각도 들었다”고 지적했다. 김형중 예심위원도 “일상에 대한 섬세한 성찰은 늘었지만 그럼에도 소설의 세계가 다소 좁아졌다는 느낌”이라며 “예전에는 단편에서도 지구를 덮을 만큼의 거대한 관점을 드러내는 작가들이 있었는데 지금은 그런 작가가 줄어든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권희철 예심위원은 이런 류의 ‘섬세한’ 소설들이 “현 한국 사회에 필요한 면이 있다”며 ‘일베’(극우성향 인터넷 사이트)로 대표되는 극단적인 분노와 그를 표출하는 방식을 문제 삼았다. 그는 “한국 사회는 극도의 분노와 불신 때문에 토론이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감정의 섬세한 결을 그리는 소설들이 (그들에게) 일종의 ‘감정 교육’ 역할을 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소설의 경량화 현상도 언급됐다. 인터파크도서에 따르면 2010년과 올해를 비교했을 때 250쪽 미만의 한국 소설이 38% 증가했다. 출판사 은행나무는 120쪽 가량의 중편을 단행본으로 출간하는 ‘노벨라 시리즈’를 시작하며 “트렌드에 민감한 젊은 독자들이 커피 한 잔 마시는 동안 다 읽을 수 있는 날렵한 소설”이라고 콘셉트를 설명했다. 백지연 예심위원은 “독자들이 활자에 익숙하지 않고 밀도 있는 문장에 서툴러진 것은 확실하다”면서도 “작품의 역량이 떨어지지 않는다면 (경량화가) 문단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권희철 예심위원도 “길어도 소용 없는 작품들이 있다”며 “그러나 빠른 매체들과 경쟁하는 것이 목표라면, 결국엔 이길 수 없다는 것을 인식하고 느린 매체로서의 정체성을 확고하게 지킬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올해 문단에 신선한 충격을 던질만한 신예는 찾아보기 힘들다는 것이 중론이었다. 백지연 예심위원은 “수년 전 박민규, 황정은, 김애란이 주도했던 젊은 작가들의 약진과 비견할 만한 새로운 흐름이 감지되지는 않았다”며 “지금 20대 젊은 작가들의 감수성이 응축돼 새로운 흐름으로 구체화하기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날 고심 끝에 선정된 10편은 15일부터 시작되는 후보작 릴레이 지상 중계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황수현기자 sooh@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