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어선들의 서해 불법조업을 둘러싼 갈등이 또 인명 피해를 낳았다. 지난 10일 전북 부안군 황등도 부근 해상에서 우리 해경의 불법조업 단속에 격렬하게 저항하던 중국 어선 노영어 50987호 선장이 해경의 총에 맞아 숨졌다. 2012년 중국 선원이 해경의 고무탄에 맞아 숨진 지 꼭 2년 만에 벌어진 일로, 실탄에 의한 사망 사고는 처음이다.
사고 해역은 조기 황금어장으로 200~300척씩 떼지어 몰려와 불법조업을 일삼는 중국 어선들로 몸살을 앓아왔다. 이날 사고도 목포해경 1508함이 나포해 압송 중이던 중국 어선을 다른 중국 어선 5척이 에워싸고 선원 수십명이 흉기를 들고 배에 올라 해경대원 10명을 공격하는 과정에서 벌어졌다. 실제로 해경이 공개한 채증 영상에는 “해경 대원들이 생명에 위협을 느낄 정도로 살벌한 상황”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중국 선원들은 갈고리, 손전등 등으로 해경대원의 머리 등을 내려치는가 하면, 목을 조르고 팔을 꺾어 바다로 밀어 떨어뜨리려 했다. 이 과정에서 해경대원 5명이 부상했고, 폭력을 휘두른 노영어호 선원 3명은 특수공무집행방해 등의 혐의로 구속됐다. 해경은 나머지 선원 16명에 대해서도 보강조사를 거쳐 혐의가 드러나면 처벌한다는 방침이다.
중국 외교부는 사고 당일 즉각 “한국의 폭력적 법 집행에 경악한다”면서 책임자 처벌을 강력히 요구했다. 사망 사고는 안타까운 일이지만, 사태의 근본 원인이 자국 어선들의 무분별한 불법조업에 있고 이를 방치한 중국 정부에도 책임이 있음을 애써 외면했다는 점에서 심히 유감스럽다. 물론 실탄 발사 경위에 대한 면밀한 조사가 뒤따라야 하며, 우리 정부는 조사 결과를 중국 측에 성실하게 알려야 한다. 양국 정부는 불필요한 감정다툼을 자제하고 불법조업 갈등을 근본적으로 해소하기 위한 대책 마련에 함께 나서야 한다.
중국 어선들이 우리측 배타적경제수역(EEZ)을 침범해 불법조업을 일삼는 바람에 서해에선 전쟁을 방불케 하는 상황이 벌어진 지 오래다. 2008년, 2011년에는 우리 해경이 중국 선원들이 휘두른 흉기에 목숨을 잃었다. 이번 사고 이후 중국 어선들의 출몰이 뜸해졌다지만 일시적 현상일 뿐이다. 16일부터 중국 어선의 저인망 조업금지가 풀리면 불법조업이 다시 기승을 부릴 것이 뻔하다. 한시적으로 이뤄지는 한중 해경의 공동 단속을 강화하는 등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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