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만경영을 해소하기 위한 새 노사협약 체결을 둘러싸고 상당수 공공기관들이 진통을 겪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최근 38개 부채ㆍ방만경영 중점 관리대상 공공기관 가운데 노사협약 체결이 지지부진한 7개 기관에 대해 기관장 해임 권고 및 직원 임금 동결 등을 경고했다. 그 결과 수출입은행 등 4개 기관은 정상화 중간평가 성과 반영 마감일인 지난 10일 가까스로 협약을 체결했으나, 한전기술과 코레일, 강원랜드 등 3개 기관은 기한을 넘기고 지난 주말까지 노사협상을 진행하는 등 바삐 돌아갔다.
정부와 공공기관이 노사협약 체결을 서두르는 이유는 협약 실적 등을 반영해 조만간 발표될 2차 중간평가 결과에 따라 방만경영 개선이 미흡한 기관에 대한 제재가 이행되기 때문이다. 38개 중점 관리대상 기관과 10개 중점 외 관리대상 기관 중 개혁실적 부진 하위 30%를 대상으로 한 제재 결정에는 7월 중 실시된 1차 중간평가 결과도 함께 반영된다. 제재 결정 시점이 임박하자 공공기관 노조 측은 “정부가 권력을 남용해 노조를 협박하고 있다”며 “정당성 없는 기관장 해임과 임금 동결 등을 추진할 경우 노조 연대투쟁에 나설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하지만 국민 다수는 오히려 공공기관에 대한 더욱 치열한 개혁을 요구하고 있다. 임단협 문제를 넘어서 더 심각한 방만경영 구조가 잇달아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감사원에 따르면 수출입은행은 예산편성 지침을 어기고 경영평가 성과급을 임원 평균임금에 포함해 퇴직금을 산정ㆍ지급함으로써 최근 3년간 56명에게 17억원을 과다 지급했다. 산업은행 등 금융 공공기관의 경우, 지난해 평균인건비가 민간 금융사에 비해 1.2배, 비급여성 복리후생비가 31%나 높았다. 대부분 노사 간 이면합의, 예산의 편법ㆍ부당 집행이 작용한 결과다.
노조 측에서 주장하고 있듯이 공공기관 임직원들의 상대적 고임금이나, 법인카드 남용, 과다한 복지 등이 실제 방만경영의 원인으로 작용한 비중은 10%에도 미치지 못하는 게 사실이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만성적 대규모 사업손실처럼 정부와 경영진의 잘못된 판단에 따른 부실사업이나, 공공사업 손실 떠안기 같은 덩어리 큰 부실요인을 해소하는 일이 경영정상화엔 더 중요한 과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공기관 내부 개혁과 자발적 경영정상화 노력은 실추된 국민적 신뢰회복의 첫 단추다. 따라서 정부는 향후 개혁 부진 기관에 대한 단호한 제재와 추가 조치 등을 통해 공공기관 개혁을 당초 각오대로 추진해야 한다. 공공기관 노조도 좀 더 넓은 시야를 갖고 개혁에 적극 동참하는 자세를 보여야 함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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