껍질을 깎은 채 놓아 두어도 색이 누렇게 변하지 않는 신품종 사과가 미국에서 개발됐다. 그러나 ‘유전자변형기술(GMO)로 개발된 이 품종이 기존 사과의 청정 이미지를 실추시킬 것’이라며 일부 과수농가가 반발, 미국 정부가 최종 시판 허가를 둘러싸고 고심하고 있다.
12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캐나다에 본사를 둔 과수품종 업체 오카나간이 최근 상온에서 과육(속살)을 드러내도 변색하지 않는 ‘아크틱’이라는 새로운 품종의 사과를 개발했다. 오카나간은 변하지 않는 사과의 비결과 관련, “공기 중의 산소와 결합해 누렇게 변하는 엔자임 성분을 특별한 방법을 통해 사과에서 제거했다”고 소개했다. 이 회사의 닐 카터 공동창업자는 “변하지 않는 사과가 판매되면, 사과 시장에 큰 활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신품종 사과의 시판과 관련해서 미국 농무부와 식품의약청(FDA)이 조사를 진행 중인데, 현재까지는 인체에 유해하거나 주변 생태계를 교란시키는 위험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농무부 관계자는 “2013년에 진행된 주변 작물에 대한 영향 평가에서 생태계 교란 위험이 확인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기술적으로는 시판에 문제가 없지만, 미국 정부는 기존 과수 농가의 반발 때문에 시판 허가를 고심하고 있다. 미국 사과협회는 ‘아크틱’사과가 인체에 무해하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신품종 사과의 시판에는 부정적이다. 웬디 브래넌 대변인은 “기존 품종 사과도 비타민C 혹은 레몬주스를 이용하면 상당기간 변색하지 않은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미국 서부 워싱턴주에서 250에이커 면적의 과수원을 운영하는 짐 베어드도 “GMO 사과가 시판되면 기존 자연 품종 사과의 판매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농무부에 시판을 허용하지 말 것을 요청했다. 그는 “사과는 변색되는 것은 자연의 이치이며, 변색된 사과라도 맛과 성분은 달라지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워싱턴=조철환 특파원 chcho@hk.co.kr
※ 월스트리트저널 원문 보기(변색 과정 타임랩스 영상 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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