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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속하던 해경 총 맞고 中선원 사망… 한중 외교갈등 우려

입력
2014.10.10 1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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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경이 나포한 어선 멈춰 서자 인근 어선 5척 30여명이 배 올라타

대원 헬멧 벗기고 목 조르며 난동에 공포탄 3발·실탄 8발 쏘며 철수

복통 호소한 선장 이송했으나 숨져, CT 결과 복부서 총알 발견

해경 "가이드라인 지켰다" 불구, 상황 밝혀 줄 채증 영상 없어 곤혹

불법조업을 단속하던 해경이 쏜 총에 맞아 숨진 중국어선 선장의 CT(컴퓨터 단층촬영) 사진이 10일 오전 전남 목포한국병원에서 공개됐다. 사진에 보이는 빨간색 원 안의 물체가 선장의 몸에 박힌 총알이다. 목포=연합뉴스
불법조업을 단속하던 해경이 쏜 총에 맞아 숨진 중국어선 선장의 CT(컴퓨터 단층촬영) 사진이 10일 오전 전남 목포한국병원에서 공개됐다. 사진에 보이는 빨간색 원 안의 물체가 선장의 몸에 박힌 총알이다. 목포=연합뉴스

우리 측 수역에서 불법 조업을 하던 중국 어선의 선장이 해양경찰에 나포된 동료 어선을 탈취하려다 해경이 쏜 실탄에 맞아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중국이 자국 어민의 사망에 강력 반발하고 나서 불법 조업 단속을 둘러싼 한중 외교 갈등이 다시 불거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10일 오전 8시쯤 우리 측 배타적경제수역(EEZ)인 전북 부안군 왕등도 서쪽 144㎞해상에서 불법 조업을 하다 달아나던 중국 쌍타망 어선 한 척을 전남 목포해양경찰서 소속 1508함이 발견해 나포했다. 쌍타망 어선은 2척의 어선이 한 조를 이룬 저인망 어선을 말한다. 1508함이 단속대원 12명을 태운 경비단정 2척을 이 배에 붙여 단속대원들을 배에 올려 보내 뒤 검문검색에 나서자 중국 선원 10명은 단속대원들을 향해 식칼과 맥주병 등 흉기를 휘두르며 격렬하게 저항했다. 해경은 진압장비를 이용해 10여 분만에 이들을 제압, 선장실에 감금한 뒤 배를 압송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압송 도중 배가 조타기 고장으로 멈춰 서자 인근에 있던 또 다른 중국 어선 노영어호(80톤급) 등 5척이 나포 어선을 가로막고 에워쌌다. 어선 탈취에 나선 중국 어선 선원 30여명은 흉기를 들고 나포된 어선으로 옮겨 탄 뒤 해경 단속대원 10명과 격투를 벌였고, 선장실에 감금된 동료 선원들을 풀어줬다.

이 과정에서 중국 선원들이 단속대원들의 헬멧을 벗기고 목을 조르는 등 위험한 상황이 벌어졌다. 당시 신변의 위협을 느낀 해경은 K5권총으로 공포탄을 쐈지만 폭력이 그치지 않자 실탄을 발사했다. 1508함 검색팀장 권모 경장과 정모 경사, 김모 순경 등 해경 대원 3명이 모두 공포탄 3발과 실탄 8발을 발사하며 철수했고, 중국 선원들도 총기 발포에 겁을 먹고 도주했다. 권 경장은 “대원들이 ‘죽을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수 차례 ‘하지 말라’고 외쳤지만 더욱 폭행 정도가 심해지고 바다로 떨어뜨리려고 밀쳐 공포탄에 이어 실탄을 조타실 바닥에 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이후 1508함은 도주 중인 노영어호로부터 “환자가 있으니 도와달라”는 무전연락을 받고 복통과 호흡곤란을 호소하던 이 배의 선장 쑹 호우 므어(45)씨를 인계 받아 헬기로 목포한국병원으로 이송했지만, 쑹 선장은 오전 11시 12분 숨졌다. 해경은 당초 쑹 선장에게 출혈 흔적이 없어 외부 충격에 의한 사망으로 추정했지만 컴퓨터단층촬영(CT)결과 복부에서 길이 1.6㎝ 가량의 총알이 발견됐다. 왼쪽 등 옆쪽에 총탄이 들어갈 때 생긴 것으로 보이는 길이 6~7㎜의 상처가 있었고 폐, 간, 콩팥이 손상됐다고 의료진은 설명했다.

해경 관계자는 “정당한 단속과정에서 쑹 선장 등이 단속대원의 목을 조르며 극렬하게 저항하는 바람에 단속대원들이 생명에 위협을 느껴 불가피하게 총기를 사용했다”며 “이번 총기발사는 경비세력 1명을 2명 이상의 상대가 공격할 때에는 개인화기 및 공용화기를 사용할 수 있다는 총기사용 가이드라인에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단속 과정에서 우리 해경 5명도 부상을 입었다.

하지만 해경은 총기 사용 순간을 명확히 밝혀줄 채증 영상이 없어 곤혹스러워 하고 있다. 해경은 사고 당시 진압에 나선 단속대원들과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체포한 노영어호 선원 19명을 상대로 정확한 사고 경위 등을 조사하고 있다. 나포된 어선은 11일 오전 목포항에 입항할 예정이다.

불법 조업을 하던 중국 선원이 우리 해경이 쏜 총에 맞아 숨진 것은 이번이 두 번째지만 실탄에 맞아 사망한 건 처음이다. 앞서 2012년 10월 16일 신안군 홍도 인근 바다에서 불법 조업 중이던 장모(당시 44세)씨가 해경 단속 과정에서 사망했지만 당시 그는 해경이 쏜 고무탄에 왼쪽 가슴을 맞아 숨졌다.

외교부는 이날 사고 직후 주한 중국대사관에 사고 내용을 설명하고, 가족들에게 유감을 표명하는 한편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이와 관련, 훙레이(洪磊)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우리는 한국의 이러한 폭력적 법 집행 행동으로 중국어선 선장이 사망하게 된 데 대해 경악감을 느끼고 이에 대해 강력한 불만을 표시한다”고 말했다.

목포=박경우기자 gw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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