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카카오가 카카오톡을 둘러싼 ‘사이버 검열’ 논란 뒷수습에 분주하다. 사측은 지난 8일 논란을 키운 잘못된 해명에 대해 사과하고, 대화내용 저장기간을 2~3일로 단축, 비밀대화가 가능한 ‘프라이버시 모드’ 연내 도입, 수사기관의 정보요청 건수를 공개하는 ‘투명성 보고서’ 발표 등 개선책을 내놨다. 이른바 ‘외양간 프로젝트’다. 지난주 카톡 하루 평균 이용자가 전주 대비 41만명 감소하자 백기를 든 것이다. 같은 기간 ‘사이버 망명’의 주 대상지인 독일 메신저 ‘텔레그램’ 이용자는 50만명 가까이 늘었다.
▦ 그래도 이용자들의 불안과 불신은 여전하다. 사측의 수습 노력에 재 뿌리는 발언도 이어졌다. 다음카카오 법률대리인 구태언 변호사는 8일 페이스북에서 비판자들을 “나약한 인터넷 사업자에게 돌을 던지는 비겁자들”이라 비난한 뒤 사과했다가 10일 다시 영장집행에 응하든 거부하든 ‘회사 망함’으로 귀결되는 다이어그램을 올렸다. 다음 창업자 이재웅씨도 “국가권력의 남용을 탓해야지, 국가권력에 저항하지 못하는 기업을 탓하나요. 그러려면 그냥 이민 가셔야죠”라고 말해 구설에 올랐다.
▦ 원색적 표현을 써 사측 책임을 부인한 건 부적절하지만, “덕을 보는 세력이 (따로)있다”는 지적에는 눈길이 간다. 실제로 논란의 진원지인 검찰의 느긋한 태도를 보면 이 사태를 즐기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의심마저 든다. 더 이상 잃을 신뢰도 없는 검찰로서는 이왕 ‘청와대 하명’을 받드는 마당에 확실한 효과를 기대했을 것이다. 불안을 부추겨 스스로 입을 닫게 하는 ‘위축 효과(chilling effect)’ 말이다. 창조경제를 무색하게 하는 ‘사이버 망명’ 사태보다 더 우려해야 할 것은 이미 장삼이사들 사이에 번지고 있는 ‘말조심’ ‘글조심’ 움직임이다.
▦ 다음카카오가 머리를 숙인 그날, 검찰은 세월호 참사 당일 박근혜 대통령의 ‘7시간 행적 미스터리’를 보도한 일본 산케이신문 전 서울지국장을 기어이 불구속 기소했다. 외신들은 일제히 “비판을 허용하지 않는 박근혜 정부의 강압적 자세”를 꼬집고 “한국의 언론자유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는 우려를 쏟아냈다. 부끄럽고 참담하다. ‘막걸리 보안법’의 시대를 딛고 민주화를 이룬지 27년, 대한민국호는 어디로 가고 있나.
이희정 논설위원 jay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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